[단독] 국군포로 손배소 3년만에… '피고 김정은' 오늘 첫 재판

조선일보
입력 2019.06.21 01:30

6·25때 납북돼 강제노역한 2명 "인권유린 당했다" 3억대 소송
北에 소송장 못 보내자, 최근 법원이 서류 전달된 것으로 간주

김정은
6·25 때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하고 탈북한 국내 국군포로 2명이 인권을 유린당했다며 2016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재판이 21일 시작된다. 국내에서 김정은을 상대로 한 재판이 열리는 건 처음이다.

이 사건 첫 재판은 2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582호에서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본격적인 재판 진행을 앞두고 소송 당사자들의 쟁점 등을 정리하는 재판 준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소송을 낸 사람은 노사홍(90)·한재복(85)씨다. 두 사람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잡혀 포로가 됐다. 1953년 정전(停戰) 후에도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됐다. 이후 두 사람은 1953년부터 3년간 북한 내무성 건설대 1709 부대 소속으로 평안남도 강동군의 탄광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1인당 1억6800만원을 김정은에게 청구했다. 두 사람은 2000년 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 소송은 사단법인 '물망초'의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위원장인 김현 전 대한변협회장이 변호인단장을 맡고 있다. 구충서·이재원·송수현 변호사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2016년 10월이었다. 소송이 시작되기까지 2년 8개월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소송 서류 송달(전달) 문제 때문이었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람(원고)은 법원에 소송 이유와 청구 금액 등을 적은 소장(訴狀)을 내게 된다. 이 소장은 법원을 통해 소송을 당한 사람(피고)에게 전달이 돼야 재판이 시작된다.

그런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김정은이 북한에 있어 소송 서류를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법원은 국정원을 통해 김정은의 북한 주소를 문의하기도 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나 외국 북한 대사관을 통해 소장을 전달하는 방안도 타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3월 국군포로 변호인단이 공시송달(公示送達)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소송이 시작되게 된 것이다. 공시송달은 소송 원고와 피고, 관련 서류명 등이 적힌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면 2주가 지난 시점부터 소장이 소송을 당한 사람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국군포로 변호인단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국내의 북한 재산으로 배상금을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북한 재산은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북한 영상·저작물을 사용하고 북한에 낸 저작권료다. 현재 이 돈은 법원에 공탁돼 있는데 16억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리·감독을 받는 국내 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2004년 설립된 이후 북한 저작권 사무국과 계약을 맺고, 국내 방송사가 사용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영상이나 국내 출판사가 펴낸 북한 작가의 작품 등에 대한 저작권료를 북한을 대신해 걷어왔다.

2016년 평양에 1년 넘게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가족은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 "북한은 5억달러(약 58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