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에 재반박…경찰-現남편,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 진실공방

입력 2019.06.19 09:20

고유정 現 남편-경찰 수사 내용 진실공방
부검결과·혈흔·CPR 여부 등 서로 엇갈려
現 남편, 검찰에 고소장 접수…"수사 못 믿어"
경찰 "원칙과 절차에 맞게 수사 중"

‘제주 전(前)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 의혹과 관련해, 현 남편인 A(37)씨의 주장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의 발표 내용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지난 3월 2일 숨진 B(5)군 사건과 고유정이 연관된 정황이 있음에도, 경찰이 고유정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경찰은 "사건 초기 A씨도 고유정을 의심하지 않았고 혐의점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족 대표로 A씨를 수사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7일 오후 제주시의 한 카페 사무실에 고유정 현 남편 A씨가 앉아 있다. A씨는 인터뷰에 나서며 뒷모습 공개에 동의했다.
지난 17일 오후 제주시의 한 카페 사무실에 고유정 현 남편 A씨가 앉아 있다. A씨는 인터뷰에 나서며 뒷모습 공개에 동의했다.
◇부검결과서의 ‘압착’ 표현…경찰 "혐의 따로 정해놓지 않아"
경찰과 A씨 사이의 입장차가 가장 큰 것은 B군의 부검 결과다. 경찰은 B군의 사인(死因)이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 결과를 지난달 1일 통보받았다. 국과수는 외상이나 장기 손상은 없었고, 약물과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경찰에 전했다.

A씨는 그러나 "지난 3일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정밀 부검 결과서를 읽었을 때 ‘압착’이란 표현이 있었다"며 "고유정이 B군을 눌러 숨지게 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최소한 경찰이 발표한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국과수 부검에서 나온 B군 등의 ‘가로’로 난 자국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도 A씨와 경찰의 시각이 다르다. A씨는 "사고 당일 눈을 떴을 때 나보다 아래에 있던 B군의 등에 ‘세로’가 아닌 ‘가로’로 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수사 중인 상황에서 부검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사건 경위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혐의를 정해놓지 않았다"고 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거짓말 탐지기 결과 A씨 ‘거짓’…어떤 질문에 대한 반응인지는 ‘비공개’
거짓말 탐지기 결과에 대해서도 A씨는 "극도의 불안 상태였다"며 재검사할 경우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달 28일 청주상당경찰서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조사결과 ‘거짓’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유정과 당시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상황인 점을 강조했다. 고유정과 지난달 25일부터 27일 오전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신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고유정은 이때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고 있었다. A씨는 "서로 할 말만 하며 다투다가 다시 연락이 안 됐다"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기 전 슬픔과 극도의 불안감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거짓말 탐지기를 활용한 조사기법상 ‘심리적 영향’이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안 등이 영향을 미쳤다면 ‘판정불능’이 나오지 ‘거짓’ 판정이 되진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는지다"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어떤 진술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는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A씨는 "경찰에서 요구한다면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다시 응하겠다"고 했다.

B군 발견 당시 침대에 남은 혈흔(빨간원). /A씨 제공
B군 발견 당시 침대에 남은 혈흔(빨간원). /A씨 제공
◇혈흔 ‘소량’·CPR 여부부터 경찰 자녀 ‘나이’ 발표까지…
A씨와 경찰은 사건 당일 상황에 관해서도 설명이 다르다. 경찰은 "출동 당시 아이의 입 주변에 ‘소량’의 피가 묻어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입 주변 소량의 피’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침대에는 아이 얼굴 크기의 혈흔이 남아있었고, 전기장판과 침대 매트리스에 스며들었을 정도"라며 "소량의 피를 흘린 게 아니라 많은 양의 피를 흘렸다"고 했다.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 일지에는 "이불과 환아(환아) 비강에 출혈 흔적이 있음"이라고 기록돼 있을 뿐 그 양에 대해선 명시되지 않았다.

심폐소생술(CPR) 실시 여부도 논란이 됐다. 경찰은 국과수 소견을 토대로 "B군의 시신에서 갈비뼈 골절이나 강한 흉부 압박 흔적은 부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을 경우 흉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갈비뼈에 손상이 가거나 피부 아래에서 출혈이 발생하는데 B군의 시신에서는 이런 점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A씨는 구조대 일지를 근거로 CPR을 했다고 반박했다. 구조대 일지에는 "구급대원 도착 당시 거실에 아이를 눕혀 부모가 CPR 중"이라고 기록돼 있다. A씨는 "발견 당시 아이한테 시반(屍斑)이 올라와있었다"며 "소방 경력이 10년인 만큼 이성적으로 이미 숨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느 아빠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바닥에 놓고 CPR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B군의 나이는 만 나이인 ‘4세’로 발표하면서 고유정과 전 남편 강모(36)씨 사이의 아이 C군은 우리나라 나이인 ‘6세’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A씨는 문제를 제기했다. B군과 C군은 동갑이고 오히려 B군이 한 달 먼저 태어났는데, 마치 B군이 더 어린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서가 달라 표기법이 달랐을 뿐"이라고 했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경찰 못 믿겠다"…경찰 "원칙대로 수사"
A씨는 더는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들 B군이 숨진 뒤로 매주 부검결과 등을 묻고 고유정이 긴급체포된 이후부터 수차례 수사를 촉구한 뒤 지난 11일 의견서까지 제출했지만, 경찰이 고유정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이 함께 집에 있었던 고유정은 15분 정도만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청주상당경찰서는 사건을 은폐하고 방어만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만약 경찰이 지난달 2일에 나온 2차 부검 결과에서 아이의 사인으로 압착이 나온 점을 알았다면 당연히 고유정을 조사했어야 했다"며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고유정이 제주도로 가는 것을 막았다면 더 큰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A씨는 결국 경찰이 아닌 제주지검에 고유정이 B군을 살해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왜 내게만 집중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기가 깔고 누웠던 전기매트랑 매트리스를 모두 다 버린 고유정이 소름 끼치도록 수상하다"고 했다.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제주지검은 고소인인 A씨 조사만 진행하고, 관련 수사는 청주상당경찰서가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과 절차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위해 수사 기간도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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