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혜원 사건 검찰 수사 '줄타기' 보는 듯

조선일보
입력 2019.06.19 03:19

손혜원 의원과 관련한 의혹은 국회의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지역에 집단적으로 부동산 투기했다는 의혹에 이어 정부 기관에 압력을 넣어 부친을 독립유공자로 만들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더구나 이런 손 의원 힘의 원천이 대통령 부인과의 친분이라고 한다.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 밝히지 않는다면 대통령에게도 누가 될 수 있다.

검찰은 18일 손 의원을 전남 목포 구도심 일대 개발 기밀을 빼내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손 의원 남편이 대표로 있는 재단법인·회사와 친척, 지인 등이 사들인 이 일대 부동산은 토지가 26필지, 건물은 21채나 된다. 일부는 손 의원이 조카 이름을 빌려 차명(借名) 거래까지 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꾼이 따로 없다. 손 의원에게 건너간 기밀 자료는 목포시가 준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서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업무 협조 차원에서 건넸다고 하는데 손 의원은 그 자료를 정책이 아니라 재산 늘리는 데 썼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국회의원직을 돈벌이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던 시기 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였다. 문화재 지정을 담당하는 문화재청 관할 상임위다. 손 의원은 여러 차례 국회 발언을 통해 목포 구도심 개발을 정부에 촉구했다. 실제 해당 지역은 문화재로 지정됐고 문화재청 예산 500억원을 비롯해 국가 예산 1100억원 투입도 결정됐다. 이 모든 일이 부동산 투기와 무관한가.

손 의원은 지난 1월 이 문제가 보도되자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0.001%라도 검찰 조사에서 그런 사실(투기)이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 "허위 사실을 보도한 언론 기사 200여건을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했다. "전 재산을 내놓겠다" "목숨을 걸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랬던 손 의원은 막상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검찰 수사는 다소 억지스럽다"며 "재판에서 차명 부동산이 밝혀질 경우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퇴하겠다더니 이제는 '재판에서 보자'고 한다. 재판 결과가 나오면 또 무슨 말로 둘러댈 것이다.

민주당은 손 의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바로 다음 날 "투기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손 의원은 돈이 아니라 문화에 미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선 의원인 손 의원 탈당 기자회견에 참석해 호위무사 노릇을 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손 의원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검찰 발표가 나왔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서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손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특혜 의혹은 수사가 되고 있는지 아닌지 소식이 없다. 손 의원이 작년 2월 보훈처장을 의원회관으로 불러 이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유공자 선정이 이뤄졌다. 손 의원 부친은 남로당과 월북 경력으로 유공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보훈처장이 왜 국회의원 한 사람을 위해 이런 무리를 했겠나. 대통령 부인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했겠나. 부동산 투기 문제와 달리 검찰이 수사를 미적대고 있는 것은 이 정권이 보호해야 할 보훈처장과 관련돼 있고, 김원봉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에 손상이 갈까 봐 그런 것이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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