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의 중국 파상공세에 맞서 꺼내든 '북한 카드'

입력 2019.06.18 03:14

[시진핑 모레 방북] 中고위급 사전방북도 없이 서둘러… 北核을 '대미 지렛대'로 쓸 듯
김정은, 美와 협상교착 길어지자 '시진핑 러브콜'로 돌파구 모색

집권 후 처음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이뤄진다. 이번 G20 회의는 경제를 넘어 안보 분야로 급속 확전 중인 미·중 간 '대결의 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17일 "반(反)화웨이 캠페인,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주한미군 사드 정식 배치 압박 등 미국의 전방위 파상 공세로 수세에 몰린 중국이 협상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아껴 놓았던 북한 카드를 꺼냈다"고 말했다.

中, 美 파상 공세에 '방북 카드'

시 주석의 방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부터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 주석의 방북을 꾸준히 요청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조만간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시 주석의 방북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가 됐다. '하노이 노딜'로 미·북 비핵화 대화가 교착에 빠지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재개한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시 주석의 방북이 자칫 미국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6월 김정은 訪中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6월 베이징에서 방중(訪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17일 “시 주석이 오는 20~21일 방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그가 2012년 집권한 이후 처음이다.
작년 6월 김정은 訪中때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6월 베이징에서 방중(訪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17일 “시 주석이 오는 20~21일 방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그가 2012년 집권한 이후 처음이다. /EPA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예상을 넘는 강도와 속도로 전개된 미국의 대중 압박으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생각이 다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한국 등 전 세계 동맹·우방을 상대로 '반화웨이 캠페인' 동참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대미 레버리지'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자 전통적 우방인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 방북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미·북 사이엔 '김정은 친서'가 오갔고, 문 대통령은 '남북, 미·북 간 물밑 접촉'을 언급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며 "시진핑은 직접 김정은의 속내를 파악한 뒤 G20에서 트럼프를 만남으로써 미·북 관계의 '건설적 조력자' 역할을 과시하려 한다"고 했다.

北, 南이 美에 기울자 "習 오라"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자력갱생' 노선을 택했지만 제재 장기화로 경제난·외화난이 극심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톱다운 대화' 재개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것 없다"며 실질적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주문했다. 앞서 두 차례 미·북 회담이 '친서 외교'로 수월하게 성사된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된 것이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김정은으로선 전통적인 우방 외교를 가동해 경제난의 돌파구를 열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도중 북이 선호하는 톱다운 방식의 미·북 정상회담 대신 미국의 입장인 '선(先) 실무 협상'을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입장을 보이자 한국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시진핑의 이번 방북이 급히 추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 최고 지도자 방북의 전조(前兆)로 통하는 중국 외교부장 또는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 주석 방북 일정이 발표된 건 이례적"이라며 "북·중이 시 주석 방북을 굉장히 서둘러 추진한 느낌"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북한에 어떤 '선물'을 건넬지도 관심사다. 과거 중국의 국가주석 또는 국무원 총리가 방북하면 식량과 원유 수십만t을 북에 무상 지원하곤 했다. 외교 소식통은 "10만t 이상의 인도적 식량 지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진핑 방한으로 이어지나

외교가의 관심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방한으로 이어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최근 몇 개월간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해왔지만, 중국 측은 "(우방인) 북한을 방문하기 전에 한국을 찾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시 주석이 방북을 먼저 하게 되면서 서울로 올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시 주석 방북 이후 방한이 본격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G20 정상회의 전후 시 주석의 방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 최강 부원장은 "트럼프가 G20 직후 한국을 찾는데 (시 주석이) 그 이후 방한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쉽게 방한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애타게 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