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 핵심기술, 미국·UAE에 유출 의혹

입력 2019.06.18 01:28

국정원, 韓水原 퇴직자 수사… UAE 원전업체로 이직하면서 안전 관련 핵심 SW 등 넘긴 듯
20여년간 2000억 들여 독자 개발한 전략물자… 탈원전으로 핵심인력·기술 유출 현실화 우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핵심 기술이 한국수력원자력 퇴직자를 통해 UAE와 미국계 원전업체에 유출됐다는 제보가 접수돼 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원안위에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미국과 UAE 업체로 넘어갔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국정원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한수원과 국내 원전 관련 업체에 근무하다 UAE의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로 이직한 한국인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원전 기술은 '냅스'(NAPS·운전 중요 변수 감시 프로그램)라는 소프트웨어로,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프로그램이다. 원전 관리자에게 원자로의 이상 여부를 알려주는 알람 시스템과 같다. 냅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원전을 제때 중단할 수 없어서 자칫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한 한국전력기술(KOPEC)에서 20여년간 독자 개발한 핵심 기술이다. 개발 과정에만 1000억~2000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됐으며, 전략 물자로 지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냅스 등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면 UAE는 한국에 의존할 필요 없이 다른 외국 업체에 저가로 정비를 맡길 수 있게 된다"며 "향후 한국형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냅스 등 원전 핵심 기술 유출은 UAE가 한국형 원전이 완공된 후 운영·정비 단계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UAE는 한국형 경수로인 바라카 원전의 정비 용역업체를 선정하면서 한국 기업의 독점권을 배제하고 국제 입찰에 부쳤다. 당초 우리 정부는 바라카원전의 정비계약을 10~15년에 걸쳐 독점 수주할 걸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나와(Nawah)는 계약 기간을 3~5년으로 쪼개고 분야도 나눠 한국뿐 아니라 미국·영국 기업에도 나눠서 하청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수주 경우 최대 3조원으로 예상됐던 금액도 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기술 유출의 근본 원인이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탈원전으로 인해 국내 원전 업계 종사자들이 외국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핵심 기술 인력의 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기술 인력이 외국 업체로 이직하면 굳이 설계도를 빼내지 않아도 우리가 독자 개발한 원전 핵심 기술도 함께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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