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왕펑야오(63·사진)씨는 지난 15일 홍콩 애드미럴티 역에서 정부청사를 잇는 육교 위에서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휘날리고 있었다. 그는 "(홍콩 주권이 반환된) 1997년 이전의 홍콩을 사랑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그는 "내가 청년이었던 그 시절 홍콩은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콩의 젊은이들에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왕씨는 지금은 홍콩이 아닌 중국 선전에 산다고 했다. 홍콩의 비싼 집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선전에 집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1년 전부터 가끔씩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영국 국기를 흔들기 시작했는데,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새벽 지하철을 타고 홍콩으로 와 온종일 영국기를 흔들다 귀가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법안 심의 중단을 선언했지만, 그는 "캐리 람 장관의 법 개정 중단은 '적의 공격을 늦추는 계략(緩兵之計·완병지계)'일 뿐"이라며 "홍콩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캐리 람 장관이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