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트럼프 앞서 방한… 北에 실무접촉 '노크'

조선일보
입력 2019.06.15 03:04 | 수정 2019.06.15 03:45

외교소식통 "판문점 접촉 가능성… 北은 톱다운 고수, 성사 미지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조선일보 DB
스티븐 비건〈사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訪韓)에 앞서 먼저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비건 대표 일정이 역대 최장인 5일 이상으로 잡히면서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북한 문제와 관련,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의 제재 위반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북한뿐 아니라)모두가 제재 위반을 시도한다"면서도 "제재가 북한에 타격을 주고 있고 미국은 제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북한 비핵화 공조, 한·미·일 안보 협력, 한·미 동맹 강화 등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대북 정보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 외교가에선 "비건 대표가 여유 있게 이달 24~25일쯤 방한해 북측 인사와의 실무 접촉을 타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미·북 정상이 6·12 싱가포르 회담 1주년에 '김정은 친서'로 긍정적 메시지를 주고받은 만큼 비건의 체류 기간이 길다는 것은 북한과 판문점을 통한 실무 접촉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까지도 "북한과 실무 차원의 협상에 계속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대신 정상 간 '톱 다운 방식'의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도 그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에 실무 접촉을 타진하면서도 끌려다니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해법을 놓고도 여전히 '일괄 타결식 빅딜'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12일 미국 전략교육 아카데미 연설에서 "비확산 체제라는 틀 안에서 '일거 해결 방안(one-time solution)'을 마련할 수 있고, 이는 미국이 북한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했다.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기조도 여전하다.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 등 미 국무부 관계자는 13일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만나 "유엔의 대북 제재로 (개성공단 재개에) 어려움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북측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명확한 선언과 로드맵 제시 등 선행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는 북한 당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를 미리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정부로선 트럼프 방한을 남북, 미·북 대화 재개의 돌파구로 삼으려 하지만, 현 상황에선 미·북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원론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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