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내일 또다시 '100만 검은 물결' 예고

입력 2019.06.15 03:00

시민들, 검은 옷 입고 대규모 행진
의회, 송환법 심의 내달로 미룰 듯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려는 홍콩 정부에 반대하는 민심으로 들끓고 있는 홍콩에서 지난 9일에 이어 16일 또다시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릴 전망이다. 친중파가 장악한 홍콩 입법회(의회)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심의를 내달로 미룰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민간인권전선'은 "16일 오후 2시 30분부터 홍콩 시민들이 법안에 대한 반대를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빅토리아 공원에서 입법회까지 '검은 대행진'에 나설 것"이라며 "홍콩 반환 이후 사상 최대였던 지난 9일의 103만명보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현재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그렇게 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소환할 수 있게 돼 홍콩의 자유와 자치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SCMP는 "시민의 분노에 놀란 입법회 의원들이 법안 심의를 7월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입법회는 당초 지난 12일 심의를 거쳐 오는 20일 법안을 표결할 방침이었으나, 12일 시위대 수만 명이 입법회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자 심의를 연기했다.

법안 심의는 연기됐지만 홍콩 경찰의 과잉진압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에 비난이 폭주했다. 12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150발의 최루탄을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79일간 벌어진 우산혁명 해산 당시의 87발의 두 배 가까운 양이었다. 경찰은 또 알갱이가 든 주머니를 쏘는 빈백건(bean bag gun), 고무탄도 사상 처음으로 사용했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81명이 다쳤다.

이런 마당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2일 홍콩 TVB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두 아들을 둔 엄마"라며 "아들이 매번 요구하는 걸 들어주면 당장은 관계가 좋을지 몰라도 자식이 크면 어머니가 그때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걸 원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네티즌들은 "어느 부모가 자식을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느냐"고 비판하며 13일 '시민은 홍콩 정부의 자식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반대 서명을 시작했고, 16시간 만에 3만여명이 동참했다.

한편 미 민주·공화 양당의 상하 양원 의원 10명은 홍콩의 자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매년 감독하는 법안을 마련, 기준에 미달할 경우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무역특혜를 박탈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 시각)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주(駐)베이징 미국 대사관의 로버트 포든 부대사를 긴급 초치해 "홍콩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즉각, 모두 중단하라"며 강력 항의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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