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료폐기물 전국 널렸는데 왜 여기에만 와서 그러나"

입력 2019.06.15 03:00

손호영 사회정책부 기자
손호영 사회정책부 기자
11일 "바닷가 야외에 의료 폐기물 150t이 불법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남 통영에 갔다. 목적지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마을 입구에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조금 더 지나 차로 2분 거리엔 카페와 펜션이, 1분 거리엔 어린이집이 있었다.

이런 장소에 위험천만한 의료 폐기물이 11개월째 방치돼 있었다는 걸, 정부는 지난달 환경단체 신고를 받고서야 알았다. 빗물에 젖어 흐물거리는 상자 아랫부분이 터져, 땅바닥에 정체불명의 액체가 흘러내렸다. 다 쓴 주삿바늘, 의료용 라텍스 장갑 등이 뒹굴었다.

의료 폐기물에는 수술방에서 나온 인체 조직·장기·혈액도 있고, 실험동물 사체와 감염병 환자 가검물도 있다. 악취와 불결함은 둘째 문제다. 함부로 방치하면, 어떤 위험이 불거질지 모른다. 의료 폐기물을 15일 안에 소각하도록 법으로 정해둔 것도 그래서다.

의료 폐기물 배출량(연간 22만t)이 처리 용량(19만t)을 넘어선 지 5년째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류상 처리 용량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전국 소각장 가동률을 최대한으로 올려 처리 못하고 쌓이는 건 한 해 500t뿐"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올 들어 경남·경북에서 적발된 불법 방치 의료 폐기물만 1000t이 넘는다"고 했다. 의료 폐기물 수거업체 관계자들도 "A업체가 경기도에 쌓아둔 쓰레기만 수백t" "B업체가 올해 처리 못 한 물량 한번 취재해보라"고 했다. 소각장 관계자들은 "노후 소각로가 많아, 정부 말처럼 연중 가동은 못한다"고 했다. 본지가 취재한 업체들은 대부분 한 해 330~350일쯤 소각로를 가동했다. 한 업체는 "소각장 내부 벽돌이 무너져 최근 13일간 기계를 껐다"고 했다. 다른 업체는 "폐보일러 교체하느라 한 달쯤 물량을 못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이 지난 4월 '연말까지 불법 폐기물 다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가 다 웃었다"는 이도 있었다.

경남 통영에 의료 폐기물을 불법 방치한 업체는 이날 취재팀을 쫓아내며 "서울·경기에도 의료 폐기물 불법 방치된 데가 얼마나 많은데 왜 통영까지 와서 우리만 취재하느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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