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가르치는 구운몽? 현실 극복의 힘을 꿈서 찾은 것"

입력 2019.06.15 03:00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권순긍 지음|소명출판|604쪽|3만9000원

권순긍 세명대 미디어문화학부 교수는 1990년부터 한국 고전 소설이 근대 이후 문학과 영화, 공연 분야에서 변형된 과정을 연구해왔다. 최근 '고전 소설의 근대적 변개(變改)와 콘텐츠'라는 부제를 단 연구서를 냈다. 전래 동요 중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는 노랫말을 제목으로 정했다. 전통문화가 현대 문화로 거듭나는 과정의 순리(順理)를 소박하면서도 명료하게 주장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 소설로 '춘향전'을 꼽았다. 영화만 무려 20편이 제작됐다. 그 뒤를 이어 '홍길동전'은 12편, '심청전'은 8편, '장화홍련전'은 6편을 각각 기록했다. 이 작품들은 한결같이 '가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대중적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다. 권 교수는 '춘향전'을 뒤집어 춘향과 방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 '방자전'도 호평했다. 안석영 감독이 1937년에 상영한 '심청전'은 원작의 결말과는 달리 심청의 죽음을 제시해 당대 현실의 절망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장화홍련전'은 삶의 고통이 집에서 발생한다는 가족 비극을 그렸기 때문에 다른 고전 소설에 비해 현대성이 더 풍부하다.

권 교수는 청소년에게 고전 소설 '구운몽'의 주제를 한결같이 '인생무상'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비판했다. '구운몽'은 현실을 극복하는 힘을 꿈에서 찾았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근대 리얼리즘의 논리와는 다른 고전 소설의 환상성을 대표할 뿐 아니라 서구의 이성중심주의 비판이나 판타지 문학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