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안아주는 정원'

조선일보
  •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입력 2019.06.15 03:00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7년간의 영국 유학 생활을 접고 히스로 공항에서 잔뜩 불어난 이민 가방을 비행기에 실을 때만 해도, 낯설긴 했어도 초록으로 가득했던 영국을 그리워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마주한 녹록하지 않았던 한국 생활은 영국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날 틈을 주지 않았다.

2011년 겨울 월세로 빌린 창고 안에서 우리 부부는 생애 가장 춥고 시린 겨울을 보냈다. 2013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도권 생활을 접었고 설악산 화채봉이 보이는 속초에서의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의 삶은 오히려 영국 생활보다 더 낯설었다. 150년 된 한옥을 수리하고 정원을 만들었고, 사람뿐 아니라 생전 처음 만난 이웃들, 족제비, 딱새, 직박구리에 당황하며 올해로 여섯 해를 맞는 중이다.

'안아주는 정원'(샘터)은 속초에서 비로소 시작한 정원 생활과 식물의 삶의 태도로부터 얻은 깨달음의 기록이다. 정원 역시도 그 안에 치열한 삶이 있다. 안간힘을 쓰며 자라주는 정원 속 생물들은 묘한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다.

잎이 너덜거릴 정도로 먹혀도 여전히 살아주는 식물들. 삽도 안 들어가는 땅에 억지로 심은 산딸나무는 몸살을 앓더니 자리를 잡은 듯하고 모과나무는 진딧물을 끼고 살지만, 가을이면 끝내 노란 모과를 맺는다. 올해 딱새는 새끼를 부화시켰지만, 밑으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치열한 생존의 현장인 정원.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어느 한 날 아름답지 않을 때가 없다. 그리고 이 안에서 내 삶도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 삶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몰라도 이 세상과 더불어 아름다워지기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정원의 지혜와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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