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선검·메탈건·007 스나이퍼건… 다 이분 솜씨

조선일보
입력 2019.06.15 03:00

英 콘셉트 아티스트 크리스 로즈완
존재하지 않는 영화속 소품 디자인, 할리우드 20여개 유명 작품에 참여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스파이 요원 톰 크루즈가 해체 지시를 받고 찾아 헤맨 원자폭탄도 제가 만들었어요. 진짜 같았죠? 아, 물론 터지지 않습니다!"

영국의 콘셉트 아티스트 겸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로즈완(41)씨가 수백 개 전선이 얽힌 폭탄 모형 스케치를 보여주며 말했다. 국내에 생소한 콘셉트 아티스트는 터지지 않는 폭탄, 광선 검(劍) 등 '실제 존재하지 않는' 영화·TV드라마 속 소품을 디자인하는 직업. 에미상 특수영상효과부문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비현실적인 영화 속 현실을 더 '현실답게' 만드는 게 제 일"이라고 했다.

콘셉트 아티스트 크리스 로즈완씨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콘셉트 아티스트 크리스 로즈완씨가 자신이 참여한 작품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비현실적인 영화 속 현실을 '현실답게' 만드는 게 제 일"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로즈완씨를 만났다. 빌딩포인트코리아가 개최한 '스케치업 3D 베이스캠프 서울 2019' 발표를 위해 방한한 그는 "이미지화할 소품을 스케치해 윤곽을 잡고, '스케치업'(3차원 이미지와 모형을 디자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한 뒤 포토샵으로 채색하는 게 '콘셉트 아트'의 과정"이라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전투신의 레이저 탱크, 서류가방에 접혀 들어가는 '007 스카이폴'의 스나이퍼건도 제 솜씨"라고 웃었다.

섬유 예술가인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페인트붓을 쥐고 컸다고 했다. 취미는 '영화 속 외계인' 그리기. 에일리언, 로보캅을 특히 좋아했다. "영화 속 세상은 2시간 만에 끝나잖아요. 그림을 그리면 하루 종일 그 세계에 취할 수 있죠. 거의 미쳐 있었어요!"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 '디자인·미디어 모델메이킹'(소품제작) 학사 학위를 받고 4년간 영화 '레인 오브 파이어'(2002), '그림 형제'(2005) 등의 소품 제작자로 일했다.

'콘셉트 아트'를 시작한 건 우연히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아트북을 보면서다. "외계 종족 '클론' 군대의 갑옷 골격 스케치를 보고 완전히 반했죠. 푹 빠져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2008년 공상과학 게임 '둠' 시리즈의 콘셉트 아티스트에 지원했고, 이후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014), '007 스펙터'(2015),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 등 20여 개 유명 작품 작업에 참여했다. "소품 제작자 경험을 살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제품 제작 단계까지 고려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 작품 작업에 드는 시간은 평균 6개월. 그는 "광선 무기 등을 실감 나게 디자인해 관객들이 영화에 푹 빠지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기능하는 것처럼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일부러 '사용감'을 주기도 한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주인공 '스타로드'의 메탈 레이저건을 디자인할 땐 뜨거운 레이저에 수년간 마모된 금속 느낌을 살리려 총구에 체리색과 밝은 파란색 광택을 줬어요."

최근에도 미국 할리우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공상과학영화 'Dune'(사구) 작업을 한다는 그는 어디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에 '모든 일상'이라고 답했다. 뜨거운 느낌을 표현하려 용접할 때 튀는 불꽃을 한 달 내내 보기도 했고, 두 발을 접었다 펴며 움직이는 기계식 우주선을 구상할 땐 땅 파는 '굴착기' 접합부를 일주일간 스케치했단다.

"학교에선 항상 '수업에 집중 못 하고 쓸데없는 것만 본다'고 혼났는데, 지금은 제 강점이 됐어요. 아이들을 혼내기보다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두는 것도 때로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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