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 폐기 실질적 의지 보이라"는 대통령 메시지 지속돼야

조선일보
입력 2019.06.15 03:18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 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다.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북한에 완전한 핵 폐기를 촉구하고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방침을 밝힌 것이다.

북한의 핵 사기극에 국제사회가 속으려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만은 "진짜 비핵화를 하라"고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 당연한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 편에 서서 '김정은 비핵화 의지'를 보증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고철이나 마찬가지인 영변 시설 폐기 카드를 꺼낸 것을 가지고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줬으니 국제사회가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제재를 풀어주자는 얘기였다. 지난 4월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다음 날에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외신의 평가가 그냥 나왔겠는가.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서 김정은이 영변 폐기 대가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당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회담장을 떠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세 번째 만나기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김정은이 진짜 비핵화 결심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우방 25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에 북한에 대한 추가 정제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미 국방장관 대행은 중국 카운터파트에게 북한의 불법 환적 장면을 포착한 사진을 주며 제재를 독려했다. 정부는 하노이 회담 직후부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부분 제재 해제 카드를 꺼내 들며 미국을 설득하려다가 몇 차례 면박만 당했다. 문 대통령도 북의 가짜 비핵화를 감싸고 도는 방식으로는 돌파구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북한이 먼저 진짜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번 한 번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도 핵을 내려놓지 않고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거기서 비핵화의 실낱 같은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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