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를 '의인' '피해자' 만든 靑·정부도… 지금은 철저히 침묵

조선일보
입력 2019.06.14 20:07 | 수정 2019.06.14 20:33

고(故) 장자연씨 성 접대 의혹 증언자를 자처했다가 ‘거짓말 증언 논란’에 휩싸인 배우 윤지오씨를 ‘의인’ ‘피해자’로 만드는 데는 정치권 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도 한 몫 했다. 청와대는 당시 윤씨에 대한 신변 보호를 제대로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그를 사실상 ‘공익제보자’로 띄웠다. 하지만 윤씨의 진술이 잇따라 허위로 드러나고 후원자들이 집단 소송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 3월30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등을 통해 “호텔방에서 기계음이 계속 들린다” “잠금장치가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지급한 긴급 호출용 스마트워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글은 31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이틀 뒤인 4월1일 이례적으로 빨리 국민 청원에 답변했다. 청와대는 답변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윤지오씨 신변 보호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 청원 답변 자리에 섰던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진상 규명이 되기도 전인데 윤씨에게 5차례나 사과를 했다. 그는 “경찰 업무 소홀에 대해 엄중 조사해 조치할 예정”이라며 소속 직원 징계까지 예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4월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사회로 가고 있다는 신념을 국민께 드리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진실을 위해 싸우는 시민이 신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시민을 신변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일은 경찰의 기초적 임무”라고 했다.

그러나 윤씨 주장은 사실 무근이었다. 경찰 정밀감식 결과 스마트 워치 신고가 되지 않은 것은 윤씨가 사용법대로 누르지 않아서였다. 호텔 정밀 감식에도 침입 시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윤씨를 ‘피해자’라고 두둔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총리실은 아직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윤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장자연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한 철저 수사’를 지시한 이후 각종 방송을 통해 근거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 언급 당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술자리에 동석했다”고 주장했다. 19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KBS ‘오늘밤 김제동’에 나와 “술 아닌 어떤 물질이 장자연씨 모르게 들어가 있었다는 내용이 (문건에) 암시돼 있었다”며 약물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윤씨 발언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야당들은 “청와대가 윤씨를 부추긴 것 아니냐. 그가 거짓 주장을 할 때 정부는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또 “윤씨를 ‘정의의 사도’로 띄웠던 청와대와 정부가 거짓이 드러났는데도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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