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비주얼로 '2030 女心' 저격한 대만음식 열풍

입력 2019.06.15 10:00

"아침 출근길에는 카페에서 흑당버블티 한잔을 사요. 졸린 눈 뜨게 하기엔 단맛이 제격이죠. 점심은 바빠서 홍루이젠 샌드위치로 대신해요. 2000원 정도니까 가격도 착하고, 금방 먹을 수 있어서 편해요. 저녁 때는 삼미식당에서 대왕연어초밥을 먹기로 했어요. 요새 인스타에서 인기거든요."

서울 광화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직장인 김세연씨의 이야기다. 김씨가 이날 하루 접한 음식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흑당버블티와 홍루이젠 샌드위치, 삼미식당 대왕연어초밥까지. 바로 대만에서 물 건너온 음식들이라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 흑당버블티를 검색하면 수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에 흑당버블티를 검색하면 수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강남역 줄세우는 대만 음식 열풍

최근 2030 여성을 중심으로 대만 음식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만의 유명 음식점인 '삼미식당'과 '타이거 슈가' '홍루이젠'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이들 브랜드의 대표 메뉴인 대왕연어초밥, 흑당버블티, 홍루이젠 샌드위치로 태그되는 글만 수십만개에 이른다.

특히 삼미식당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첫 매장을 연 강남역은 대만 음식 열풍의 진원지와 다름없다. 지난 14일 평일 점심시간에 방문한 삼미식당 강남역 본점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매장 밖에도 14팀이나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삼미식당의 대표 메뉴인 대왕연어초밥을 먹기 위해 몰린 이들이었다. 같은 시간 매장의 반 이상이 빈 채로 있는 다른 식당들과 대조됐다.

삼미식당은 대만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는 반드시 들려야 할 필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연어초밥이 이색적인 비주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만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사람들부터, 대만을 가지 않아도 '대왕 연어 초밥'을 맛볼수 있다는 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손님의 대부분의 '2030' 여성이었다.

삼미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의정부에서 온 A(23⋅여)씨는 "연어가 너무 커서 비릴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다"고 말했다. 삼미식당은 7월에 홍대와 대구, 부산, 대전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매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남역에 사람들을 줄 세운 대만 음식은 또 있다. 바로 올해 3월 한국에 진출한 '타이거 슈가'다. 타이거 슈가 강남점은 평일 오후에도 대기 번호가 170번을 넘어서고 있었다. 주말에는 음료 주문에만 40분 이상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14일 오후 12시 30분 강남역 인근 ‘타이거 슈가’의 흑당버블티를 먹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 /심영주 기자
14일 오후 12시 30분 강남역 인근 ‘타이거 슈가’의 흑당버블티를 먹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 /심영주 기자
땡볕 아래 30분을 기다려 흑당버블티를 주문했다는 28세 여성 최 모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찾아왔다. 한국에는 없었던 비주얼이라 직접 와서 먹어보고 인증샷도 남기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최근 두달새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흑당버블티’로 게시된 게시물은 2만2000개가 넘는다. 타이거 슈가는 한국 진출 두 달여 만에 점포를 7개로 늘렸다.

삼미식당과 타이거 슈가 외에도 샌드위치를 파는 '홍루이젠', 흑당 버블티를 파는 '더앨리'와 '쩐주단'도 대만 음식 열풍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에 처음 진출한 ‘홍루이젠’은 1년 새 250개의 가맹점을 오픈했다.

◇8년새 5배 늘어난 대만 여행객…독특한 비주얼도 인기에 한 몫

유통업계에서는 대만 음식 열풍이 불어닥친 원인을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우선 대만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이 최근 몇 년새 급증했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101만9122명에 달했다. 2010년에만 해도 21만6901명에 불과했는데 8년새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으로 대만 여행이 저렴해진 덕분이다.

대만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91만명으로 중국(246만명), 일본(176만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대만 현지에서 맛본 음식을 한국에서도 찾는 현상이 보편화된 것이다.

삼미식당에서 만난 B(27⋅남)씨는 "대만에서 먹었던 초밥이랑 맛이 똑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B씨는 1년 전 대만 여행에서 처음 대왕연어초밥을 먹었다고 했다.

‘삼미식당’의 대표 메뉴인 ‘대왕 연어초밥’. /심영주 인턴기자
‘삼미식당’의 대표 메뉴인 ‘대왕 연어초밥’. /심영주 인턴기자
독특한 비주얼도 대만 음식의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삼미식당의 대왕연어초밥은 초밥 하나 크기가 거의 손바닥 만하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크기다. 홍루이젠의 샌드위치는 풍성하고 두터울 수록 먹음직스럽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이보다 더 간결할 수 없는 비주얼을 보여준다.

대만 전통 버블티에 흑당을 첨가한 흑당버블티는 '호랑이 무늬'로 더 유명하다. 극한의 단맛에 강렬한 비주얼이 더해져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다. 흑당 버블티의 인기에 흑당짱구, 흑당맛동산까지 등장할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요식업계 트렌드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예쁘게 잘 나오는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라며 "인기를 끄는 대만 음식들은 그런 요소를 처음부터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2의 '대만카스테라' 될지는 지켜봐야

다만 최근의 선풍적인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대만 음식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만카스테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 단수이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대만카스테라는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매장을 찾아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자영업자 실패 사례로 대만카스테라가 나왔다.

대만 음식이 한국에서는 낯선 맛과 비주얼을 가진 덕분에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호기심에 찾는 고객이 발길을 끊으면 지금처럼 높은 인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나치게 달고 고칼로리인 흑당 버블티는 건강을 챙기는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아 '롱런'이 힘들 수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지난 2011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본토인 대만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차처럼 흑당 버블티 브랜드도 한국에 맞게 변화하면 얼마든지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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