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토르와 발키리가 또 함께 출연?… '마블팔이' 너무하네

조선일보
입력 2019.06.15 03:00

[아무튼, 주말]
캐스팅 그대로 가져오는 영화들

맨인블랙·닥터두리틀…마블 영화 성공한 뒤 영화 동반 출연 늘어
'속보이는 흥행 노림수' 지켜보는 시선은 싸늘

토르와 발키리는 외계인을 잡는 비밀요원,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은 수의사와 강아지로 변신한다. 최근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면서 이 시리즈의 이야기 중 큰 줄기 하나가 일단락되자, 영화의 영웅 역할을 맡았던 주연급 배우 몇몇이 짝을 지어 다른 영화에 캐스팅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토크쇼에 나온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톰 홀랜드. /유튜브 캡처
토크쇼에 나온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톰 홀랜드. /유튜브 캡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이다.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들을 비밀리에 소탕하는 조직 '맨 인 블랙'의 이야기를 다룬 SF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최신작인데 주인공에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이 나란히 캐스팅됐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요 영웅 배역 중 하나인 토르 역할로 잘 알려져 있고, 테사 톰슨은 '토르: 라그나로크'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토르를 돕는 여전사 발키리 역할로 인기를 끌었다. 이 캐스팅이 알려지자 국내외 소셜미디어상에선 "영화에선 못 본 둘의 로맨스를 기대한다"는 등 환영과 함께, "토르와 발키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건 너무 속 보이는 캐스팅 아니냐"는 냉소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이런 '속 보이는' 캐스팅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마블 영화의 중심이었던 아이언맨 역할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 역할에서 해방(?)된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차기작 '닥터 두리틀의 여행'에 톰 홀랜드와 함께 출연한다. 톰 홀랜드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을 연기했는데, 그는 아이언맨과 마치 부자(父子)처럼 정서적 유대가 깊은 관계로 묘사된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수의사 두리틀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주연 두리틀 박사를 맡았고, 톰 홀랜드는 그의 충견(忠犬) '집'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유니콘 스토어'는 브리 라슨과 새뮤얼 잭슨이 주연이다. 이 둘은 마블의 차세대 중심이 될 '캡틴마블'에서 각각 캡틴 마블과 닉 퓨리 역할로 나와 상당한 나이 차이(41세 차이)에도 좋은 연기 궁합을 보여줬다.

'마블 캐스팅 그대로 가져오기'의 원조는 영화 '아이언맨 1·2'의 감독이자 아이언맨의 친구 해피 호건 역할로 나왔던 감독 겸 배우 존 파브로다. 그는 2014년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렛 요한슨('어벤져스'의 블랙위도우 역할)을 캐스팅했다. 최근 자신이 제작한 음식 다큐멘터리 '더 셰프쇼'에는 아예 마블 관계자들을 총출동시켰다.

특정 프랜차이즈 영화를 베낀 듯 주연 배우들을 똑같이 가져와 캐스팅하는 건 할리우드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다. '마블팔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늘어나는 건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마블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마블 히어로를 연기하기 전만 해도 한물간 배우였거나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들 모두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고, 시리즈 자체의 팬덤도 엄청난 규모다. 마블 영화에서 나왔던 캐스팅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고, 흥행에도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심지어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는 크리스 헴스워스와 톰 홀랜드를 내세워 '맨 인 블랙과 스파이더맨이 만났다'는 식으로 노골적인 '마블 마케팅' 영상을 만들어 뿌렸다. 미국 버라이어티 등 연예 매체들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기점으로 주요 배역을 맡았던 배우 다수가 역할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마블 캐스팅 베끼기가 종종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