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후계자, 시대 맞게 변신… 6대 이하 그룹은 멀었다"

입력 2019.06.14 03:07

취임 2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책 취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소통 채널'로 통한다. 시민단체 시절부터 논쟁에 익숙한 그는 거침이 없다. 14일로 취임 2년을 맞은 그에게서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 평가를 듣기 위해 한 번은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만났고, 한 번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지난 2년간 경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그는 두 가지 모습을 보였다. 하나는 '반성', 다른 하나는 '좀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재벌 개혁은 6대 이하 그룹에 향할 것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5대 그룹 후계자들에 대해선 "시대적 변화에 맞춰 총수의 역할을 바꿔 나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6대 그룹 이하에 대해선 "갈 길이 멀다"고 했다.

14일로 취임 2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후계자들은 절대 권력자형 최고경영자(CEO)에서 벗어나 ‘코디네이터(coordinator·조정자)’ 또는 ‘이사회 의장’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6대 그룹 이하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B제로(0)”라고 평가했다.
14일로 취임 2년을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후계자들은 절대 권력자형 최고경영자(CEO)에서 벗어나 ‘코디네이터(coordinator·조정자)’ 또는 ‘이사회 의장’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6대 그룹 이하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B제로(0)”라고 평가했다. /주완중 기자

―1년 전 본지 인터뷰에선 "경제 성과 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고 했는데, 이제 정부 출범 2년이 넘었다. 성과를 냈다고 보나?

"체감 성과가 기대에 상당히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긴장감은 1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과거 성장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1~2년 만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 전환 과정인데 다급하게 몰아붙이는 것에는 아쉬움 내지 섭섭함도 있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무슨 의미인가.

"대기업, 수출 위주 경제정책이 한국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기업·수출 중심의 전략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트랙'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개념이 '소득 주도 성장' 또는 '포용국가'와 같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 속도가 빨랐고,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표준적인 임금 계약 관계에 들어와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긍정적 효과를 준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취약 계층에 미친 충격이 큰 건 사실이며, 이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오버 페이스'였고, 지난 2년간의 속도로 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영업의 어려움을 들을 때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송구함을 금치 못하겠다."

―경제가 안 좋은데 대통령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하니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은 장기적 비전의 측면을 말한 것이다. 단기적 진단을 하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모르면 무능한 정부다. 절대 그렇지 않다."

―경제 성과는 언제쯤 체감할 수 있을까.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게 나오면 정부도 현 기조의 국정 운영 동력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총선 전까지는 체감 성과를 보여 드려야 한다.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 다 좋지만 내 삶과 무슨 관계 있느냐고 냉소적으로 나오면 아무것도 안 된다. 소득이 늘고 고용이 좋아져야 한다."

―2년간 대기업이 많이 변했다고 보나.

"적어도 대기업이 과거에 하던 걸 반복하면 더 큰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은 자리 잡았다고 본다. 예컨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은 일을 다시는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재벌 3~4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 1~2세 때는 총수가 그룹 내 모든 사안을 보고받고 직접 결재했다. 이제 더 이상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계열사의 의사 결정은 각 계열사를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총수는 그룹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조정자)' 또는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해야 한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SK) 회장, 구광모(LG) 회장, 신동빈(롯데) 회장 같은 5대 그룹 후계자들에게서는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맞게 총수의 역할을 바꿔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6대 이하 그룹은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6대 이하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동관(한화) 전무, 조원태(한진) 회장, 조현준(효성) 회장 같은 분들이 '총수는 코디네이터'라는 시대적 요구에 자신들의 역할을 잘 설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6대 그룹 이하의 참모(參謀) 조직이 5대 그룹과 달리 경영 관리 기능보다는 오너 일가의 재산 관리나 경영권 유지·승계 지원 기능에만 특화돼 있는 것도 문제다. 오너 일가 내부의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 너무 많다."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을 두고 지나친 통제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해 지정된 총수가 있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52곳 중 SI 계열사를 가진 곳이 36곳이나 된다. 이렇게나 많은 것이 정상인지 묻고 싶다. 각 그룹에 SI 사업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SI 계열사 주식을 총수 일가가 왜 갖고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납득이 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납득이 안 되면 계속 가는 것은 어렵다. 계열사 물량이 아니면 대부분 당장 파산할 회사들이다. 세계적 기업도 SI 업무를 외부 전문회사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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