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개 보물섬 품은 남해군, 베네치아 꿈꾼다

입력 2019.06.14 03:00

[뜬 곳, 뜨는 곳] 경남 남해군 '베네치아 프로젝트'
상주은모래비치·독일마을 등 이국적인 풍광 일찍이 입소문

경남 남해군은 '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으로 불린다. 신선이 머물며 놀 만큼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 81개 섬으로 이뤄진 남해군은 날개를 활짝 편 나비 모양이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백일기도를 올렸다는 금산(錦山), 하얀 모래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상주은모래비치,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애환이 서린 독일마을 등 여러 명소가 나비의 날개를 따라 펼쳐져 있다. 쪽빛 바다를 품은 이국적인 풍광은 일찍부터 관광객을 사로잡았다. 1973년 당시로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남해대교가 들어서자 육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검은빛 바다 위를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봐♬' 라고 노래한 남성 듀엣 '둘다섯'의 '밤배'는 상주은모래비치 앞바다를 배경으로 태어났다. 관광객은 지난 2002년 257만명에서 2016년 500만명을 넘어서며 2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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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은 196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정착하도록 남해군이 2001년 조성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독일 마을의 전경. 마을 전체가 40여 채의 독일식 주택과 정원으로 꾸며져 유럽에 온 듯하다. /남해군
최근 남해군은 관광객 600만명을 목표로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 남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미조항 일대를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조성하는 '남해의 베네치아' 프로젝트다. 남해군 최남단에 있는 미조항은 남해군의 대표 관광지다. 지난 8일 찾은 미조항은 사진을 찍고 회와 멸치쌈밥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창원에서 왔다는 공정숙(65)씨는 "물미해안도로를 타고 미조항까지 오는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지난해 취임한 장충남(57) 남해군수는 베네치아 프로젝트로 미조항 일대를 숙박과 각종 체험이 가능한 해양관광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미조항 앞바다에는 사람이 사는 조도, 호도 외에도 작은 무인도가 16개나 있다. 항구 바로 앞 조도에서 내려다보는 미조항 앞바다 풍경은 베네치아를 빼닮았다. 장 군수는 우선 미조항에 조도와 호도를 왕복하는 6㎞ 노선 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는 노선만 정해진 상태로, 기본계획안은 올 하반기에 확정된다. 모노레일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풍경으로 알려진 다랭이논은 3평부터 300평까지 680여개의 논배미가 108개 층층 계단에 펼쳐져 있다.
지난 8일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풍경으로 알려진 다랭이논은 3평부터 300평까지 680여개의 논배미가 108개 층층 계단에 펼쳐져 있다. /김동환 기자

남해군은 지난달 22일에는 해양수산부의 어촌 개발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100억여원을 확보했다. 남해군은 확보한 사업비로 먼저 미조항을 끼고 있는 사항마을을 베네치아 부라노섬처럼 변모시킬 계획이다. 부라노섬은 빨강 노랑 분홍의 알록달록한 집과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남해군은 사항마을 주택을 부라노섬처럼 단장해 주민이 깃들여 살면서 상업시설도 어우러진 관광지로 바꿔 나갈 예정이다. 사항마을 주민들이 풍어(豊漁)의 상징으로 여겨온 갈매기와 고양이를 상징으로 한 공원도 만든다. 공원은 미조항 앞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망산 전망대에 들어선다. 사업비 336억원을 들여 미조항 인근 조도와 호도 등에 휴양 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13일 현재 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미조면 설리마을 해수욕장에는 '대명리조트 남해'가 2022년 6월 개장한다. 오는 10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남해에는 가족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리조트는 그리스 산토리니 분위기를 살려 설계됐다. 리조트가 들어서는 설리마을은 미조항과 5분 거리에 있어 일대가 지중해 해안 마을처럼 느껴진다고 남해군은 설명했다. 정경충 남해군 투자유치팀장은 "지상 16층 타워에 580개 객실이 들어서고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객실 160곳이 생긴다"며 "미조항과 20분 거리에 있는 독일마을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유럽에 가지 않고도 지중해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군은 인접 도시 교통 연계망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홍보영 관광마케팅팀장은 "사업비가 1조원 이상 들어 무산된 남해∼여수 간 다리를 터널로 바꿔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생기면 자동차로 1시간 30분 넘게 걸리는 전남 여수를 10여분 만에 갈 수 있다. 서울에서 여수를 찾은 1000만 관광객이 남해도 쉽게 방문할 수 있어 관광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시, 경남도, 전남도도 남해군과 합심해 정부에 해저터널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5000억원대 예산이 들다 보니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남해군은 해저터널이 뚫리면 여수·순천·광양을 아우르는 80만 인구가 연결돼 각종 문화·교육시설도 함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군수는 "남해는 307㎞ 해안선 곳곳이 아직도 공장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된 살아 숨 쉬는 보물섬"이라며 "미래 남해를 먹여 살릴 관광 수익이 군민에게 돌아가도록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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