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People] 시위대 '폭도' 규정·폭력 진압… '홍콩판 리펑' 비난받아

조선일보
입력 2019.06.14 03:00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 2014 우산시위 강경 진압 등 중국 정부 입장 충실히 반영

캐리 람
/AFP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 강경 진압 명령을 내린 캐리 람(林鄭月娥·62·사진) 행정장관(행정수반)을 두고 '홍콩을 팔아넘기는(매콩·賣港)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람 장관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시위를 '조직적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 방침을 밝혔다. 홍콩 야권인 민주당 주석 우치와이(胡志偉)는 13일 입법회(국회 격) 앞에서 "정부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은 30년 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면서 "람은 30년 전 리펑 총리"라고 비난했다.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 때 리펑 총리는 민주화 요구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켰다.

람 장관은 홍콩의 1인자이지만 홍콩인들은 그를 '중국 정부의 충실한 집행자'로 여긴다. 중국 심기를 건드리는 시위들을 강경 진압한 공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람은 상하이 출신 아버지와 홍콩 출신 어머니를 뒀다.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명문 홍콩대에 합격했고, 1980년 졸업 직후 곧바로 홍콩 정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고위 공무원에 속하는 홍콩 개발국장에 오르자 영국 국적을 버렸고, 같은 해 영국 통치를 상징하는 퀸스 피어(항구) 철거 반대 시민 점거 시위를 해산시키고 철거를 강행했다. 2012년 홍콩의 2인자인 정무사장에 발탁됐고,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해 79일 만에 해산시켰다. 이후 1000명에 달하는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 공으로 중국 정부의 신임을 얻었다.

람은 2017년 3월 선거에서 중국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행정장관에 당선됐다.사실상 홍콩 총독인셈이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홍콩인이 직접 뽑지 않고 중국이 사실상 구성하는 선거위원이 뽑는데, 람은 1194명의 선거위원단으로부터 777표를 받아 당선됐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람의 지지율은 겨우 32.1%로 존 창 전 재무사장(52.8%)에 크게 뒤졌다. 개표 현장에서 람의 당선이 확정되자 "람은 지옥에나 가라. 우리는 직선제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람에게는 '777 아줌마'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람은 당선 직후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다. 당선이 확정되자 곧바로 중국 정부 출장소에 해당하는 중앙인민정부 연락판공실(中聯辦)을 방문했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홍콩인들은 어릴 때부터 '나는 중국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사를 중학교 필수과목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하자마자 내각 16명 중 15명을 친중 인사로 채워 '중국 당국의 하수인'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람은 홍콩의 골 깊은 반중 정서와 중국 정부의 압력 사이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람은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 허용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지난 12일 TVB 인터뷰에서 "자식이 매번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면 당장은 모자 관계가 좋을지 몰라도 자식이 장성하면 말리지 않았던 어머니를 원망하게 될 것"이라 했다. 홍콩 언론들은 "람이 100만 시위대를 떼쓰는 아이로 폄하했다"면서 "이것이 홍콩 행정수반이 가지고 있는 국민에 대한 인식"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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