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 불교엔 神도 구원도 없다는 사실에 가장 놀라죠

조선일보
입력 2019.06.14 03:00

홍창성 교수… 美 미네소타주립대서 불교 강의, 13년간 강연 내용 엮은 책 출간
자유롭게 의견 내며 토론 수업… 붓다의 정신 스스로 깨닫게 해 "제일 어려워하는 건 윤회 사상"

홍창성 교수
"명색이 서양철학을 전공한 대학생이었는데, 한국에서 나온 불교개론서를 읽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13년째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불교 철학을 가르쳐온 홍창성(55) 교수에게 '불교 강의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그는 30년도 더 지난 기억을 꺼냈다.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책을 읽으면서 20대의 그는 "불쾌했다"고 한다. "교양인이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불교개론서는 저자가 자기도 모르는 말을 외워서 가져다 맞추었거나 성격이 고약해서 엉터리로 글을 썼기 때문일 겁니다."

홍 교수는 10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르침은 쉽게 전달해야 한다. 그게 붓다가 대중에게 법을 전하기로 결정하신 뜻"이라고 했다. 그는 "강의 때마다 '너희 스스로 답을 내려 보라'고 하면 불교의 '불(佛)' 자도 모르는 학생들이 너도나도 '불교의 모순점을 발견했다'고 달려든다"고 말했다.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7년부터 1년에 세 번씩 불교 철학을 강의해왔다. 지금까지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만 1000명이 넘는다. 30명 정원의 강의는 예외 없이 만원(滿員). 학기 초면 그의 연구실 앞에 "수업을 듣게 해달라"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그는 10여년간 불교를 가르치며 외국 학생들과 주고받은 토론을 엮어 최근 '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 철학 강의'(불광출판사)란 책으로 출간했다. '불교란 무엇인가'로 시작해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단어들로 풀어 썼다.

13년째 불교 철학을 강의해온 홍창성(맨 왼쪽) 교수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2007년 개강 이래 매 학기 정원이 가득 차는 인기 강좌다. 홍 교수는 “질문과 응답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불교를 공부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13년째 불교 철학을 강의해온 홍창성(맨 왼쪽) 교수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2007년 개강 이래 매 학기 정원이 가득 차는 인기 강좌다. 홍 교수는 “질문과 응답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불교를 공부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미네소타주립대학교

홍 교수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불교에 대해 가진 편견부터 깨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불교가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신을 통해 구원받는 종교도 아니라는 점을 가장 놀라워합니다." 기독교 사회에서는 신과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는 "붓다의 가르침만으로 스스로 깨달아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중생을 구제하려 한다는 점이 그들 입장에선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강의 초반 '무아(無我)'를 설명하면서, "영원히 변치 않고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면 A+를 주겠다"고도 선언한다. 학생들은 신나서 '이름' '외모' 'DNA' 등 이런저런 대답을 내놓지만, 지난 10년 동안 홍 교수를 설득시킨 사람은 없었다. 이름, 외모는 물론이고 DNA 또한 시간이 지나면 그 일부가 변한다. 그는 "평생, 그리고 죽은 다음에도 영원히 나를 나이게끔 만들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영혼이나 자아(自我)는 없다"고 했다.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자아나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불교에서 어떻게 윤회가 가능하냐"는 것. 미국 학생들뿐 아니라 네팔 출신의 불교도 학생들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그는 "윤회란 죽음이라는 사건에 의해 다른 생명체가 의식을 갖고 탄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홍 교수는 "불교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학파의 상충하는 이론들을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어 붓다는 우리 몸을 비롯한 물질세계와 정신세계의 존재를 모두 인정한 반면 대승불교의 대표 학파인 유식학파는 물질세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겉으로 상충하는 듯 보이는 이론들도 실은 서로 통한다'는 원효의 '화쟁(和諍)론'을 설명해주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학생들 지적에 진땀을 흘린다. "그럴 때면 우리 원효 스님께서는 참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셨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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