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6년 전 '재탕'인 화웨이 사태

입력 2019.06.14 03:14

김봉기 산업2부 차장
김봉기 산업2부 차장

'중국 화웨이, 한국 통신망 시장 진출 논란' '미국, 한국에 화웨이 통신망 감청 우려 전달' '방한한 화웨이 사장, 중국 정부가 통신장비 도청 요청해도 거부'.

중국 화웨이 관련 본지 기사의 제목들이다. 얼핏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문제로 미·중 사이에 낀 우리나라 상황을 다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3년 10~11월에 게재된 기사다. LG유플러스가 처음 LTE(4세대 이동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추가로 도입했을 때 벌어진 일들이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우리 정부에 "화웨이 장비는 동맹국 간 통신을 감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은 한국의 통신망 보안을 걱정하는 서한을 미국 국방장관·국무장관에게 보냈다는 내용도 기사에 소개됐다. 당시 방한한 화웨이의 LTE 부문 사장은 의혹에 반박하면서 "화웨이는 작년 한 해 한국에서 4억6000만달러어치의 부품·자재를 구매한 한국과 밀접한 파트너"라고 했다.

5G가 LTE로만 바뀌었을 뿐 상황은 정말 비슷하다. 이번 5G 장비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LTE 때부터 우려를 표시해 온 미국이 화웨이 장비가 또 쓰이는 것을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6년 말에도 미국 하원 의원 3명이 자국 정부에 '미국 안보를 위해 화웨이의 한국 이동통신망 구축 참여를 막아야 한다'고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은 전 정부 때나 현 정부 모두 화웨이 장비에 대해 줄곧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제 질문은 우리 내부로 던져야 한다. 6년간 뭘 했는지. 하지만 우리 정부를 보면 과연 대책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최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에게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받을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 묻자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일을 언론이 잘못 다루면 되레 불안만 부추긴다. 조심해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 정부는 6년 전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않은 전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억울해할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이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미·중 간 테크발(發) 신냉전 시대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자칫 우리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화웨이를 선택한 해당 기업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장비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기업들도 자칫 큰 싸움에 휘말려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적극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최소한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적 환경을 먼저 조성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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