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웨이 문제없다" 성급한 靑 결론, 美 반박 자초한 것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19.06.14 03:18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군사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통제를 받는 화웨이 같은 기업으로부터 통신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엄격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청와대가 화웨이 장비 구매 여부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미국이 화웨이 쟁점을 국가 안보에 기초해 다루는 것을 청와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반박 입장을 보였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과 5일에도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어느 나라 대사나 주재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해리스 대사는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세 차례나 청와대와 정면으로 맞섰다. 화웨이 장비를 구매하면 한·미 간 정보 공유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화웨이 장비가 보안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미국 주장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청와대는 "보안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13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가 주최한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비밀 통로(백 도어)를 통해 통신망에 접근하는 것은 제조사 외에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면서 "국가 핵심 통신망에 대한 합법적 잠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다른 우방국들은 보안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화웨이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부는 핵 탑재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토를 방어하는 데 필수적인 사드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공식 배치를 2년 넘게 미뤄왔다. 중국 반대가 겁나서다. 그랬던 정부가 미국의 반(反)화웨이 요청에 대해선 칼로 자르듯이 "화웨이를 써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러니 미국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 동맹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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