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한은, ‘경기하방’ 인정…경제부총리만 "2분기 반등" 유지

입력 2019.06.13 13:45

靑 경제수석·한은 총재 ‘경기하방’ 강조…경제부총리 인식에 촉각
기재부 경제성장 전망치 2.5% 이상 나오면 경기낙관 논란 불거질 듯

‘2분기 빠른 경기반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던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하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졸지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톨이가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만 경기낙관론을 고집하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이달 말 기재부가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 때 제시될 수정 전망치 숫자가 정부가 경제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지(紙)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가격하락 등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초반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계 상식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2.5%’ 이상 2%중반대 성장률을 전망치로 제시할 경우 엄중한 경제현실에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에 빠져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선DB.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에 빠져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선DB.
◇청와대 경제수석·한은 총재 ‘경기하강’ 인정

일반적으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는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하는 ‘트로이카’로 불린다. 거시경제 현황을 파악하고, 정부 재정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데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방향에 엇박자가 나오면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그래서 한은과 기재부는 독립적인 정책 영역은 침해하지 않지만, 의사소통과 인식공유는 긴밀히 하는 관계를 지향한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의 항로를 조정하는 역할이다.

홍 부총리와 윤 수석, 이 총재는 지난달 말까지는 ‘한 목소리’였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4%)로 추락했지만, 2분기에는 빠른 반등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를 공통적으로 냈다.

윤종원 수석은 지난달 24일 글로벌금융학회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거시적으로 확장적인 기조를 가지고 있고 재정정책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2분기에는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고,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에는 성장흐름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지난 2일 KBS방송에 출연, "2분기에는 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이고 재정 조기 집행과 투자 활성화 노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이후 경기반등을 외쳤던 이들의 목소리는 윤종원 수석의 청와대 브리핑 이후 갈라지기 시작했다. 윤 수석은 지난 7일 "연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대외 여건에 따른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지 50일 넘게 심의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은 추경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메시지였다고는 하지만, 브리핑 내내 ‘경기하방’이라는 단어를 10번 가량 언급한 윤 수석 발언은 청와대가 어려운 경제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종전 입장의 변화를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 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물가가 목표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에 있다",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 등 전례 없이 우려 수위를 높였다.

이와 달리 홍 부총리는 여전히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실업자수(114만명)가 5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5월 고용동향(12일 발표)에 대해 "인구와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수가 늘면서 실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취업자수가 기저효과 때문에 20만명대로 올라선 것을 근거로 "작년에 부진한 고용 흐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했다.

◇"2.5% 이상 전망치 나오면 경기인식 논란 재연될 듯"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경기하강 장기화 가능성을 인정한 윤 수석, 이 총재와 달리 홍 부총리가 여전히 경기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려운 경제현실에 대한 정부의 진짜 상황판단이 이달 말 기재부가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기재부 발표에서 제시될 성장률 전망치 숫자가 일종의 리트머스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각종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2010년대에 가장 낮은 2%초반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 총재의 창립 기념사는 한은이 전망치를 7월 수정 전망 발표에서 2.4% 이하로 낮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2% 중반 이상 성장률 전망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유일하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기재부도 ‘2.6~2.7%’로 제시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하향 조정폭이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기재부가 과연 2.5%보다 낮은 수치를 전망치로 제시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념 KBS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의 (연간성장률) 목표는 적어도 2.5∼2.6% 정도로 앞으로 더 만회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 기준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기재부가 성장률 전망치 숫자를 2.5% 이상으로 제시할 경우 여전히 경제낙관론에 빠져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경제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2%에 가까운 초반 숫자로 제시한 것은 올해 성장률이 1%후반대로 떨어지는 엄중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계감을 나타낸 것인데, 정부가 2.5%라는 숫자를 제시하면 시장과 정부의 괴리감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게 나오면 경기급락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가 의심받고, 높은 성장률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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