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톱다운으로 풀자' 메시지… 美 "핵 포기하면 만나겠다"

입력 2019.06.13 03:01

'하노이 노딜' 4개월만에 親書, 싱가포르 회담 1주년에 맞춰 전달
트럼프 "비핵화 진전돼야" 볼턴 "그들이 준비될 때 우리도 준비"

김정은 친서는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전달됐다. 미 조야(朝野)에서 미·북 회담 회의론이 커지자 '대화의 판을 깨진 않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톱다운 방식으로 풀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김정은 친서가 결과적으로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으로 연결된 점을 들어 외교가 일각에선 '3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양측 간 실무 협상이 중단된 상황이라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은 친서에 '대화 재개說' 솔솔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개인적이고 아름답고 따뜻한 편지"라는 설명을 감안하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6월 14일)을 기념·축하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비핵화 등 구체적인 알맹이가 담긴 친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와 '톱다운 방식'의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을 우려해온 우리 정부는 친서 소식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12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날 "이른 시일 내에 남북, 북·미 대화가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친서를 계기로) 수주 안에 워킹 레벨 회동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美 "실무 협상부터…비핵화 진전돼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3차 정상회담 전망을 묻자 "할 수 있지만,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길 원한다"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선호하는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 협상을 통해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북한 먼저 태도를 바꾸라는 완곡한 표현"이라고 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선명하고 직설적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3차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전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그들(북한)이 준비될 때 우리도 준비된다.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핵무기 추구의 포기"라고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도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지도자들이 합의한 모든 약속에 대한 동시적·병행적인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3항인 '완전한 비핵화'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北, 친서 보내놓고 '핵 무력' 찬양

북한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로 요약되는 미국의 '빅딜'에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인 이날도 북한 노동신문은 1면 논설에서 김정은의 업적에 대해 "그 어떤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어이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마련했다" "남들이 수십년을 두고도 이루지 못할 기적들을 불과 몇해 안에 이룩하며 세계적인 군사 강국의 전렬에 당당히 들어섰다"고 했다. '핵'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북한이 2017년 11월 선언한 '국가 핵 무력 완성'을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찬양한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를 주도하는 고위 관리들을 맹비난하는 외무성 명의의 각종 담화·성명도 지난 4월 이후에만 11건 쏟아냈다. 최선희 제1부상, 대변인 등이 직접 나서 볼턴 보좌관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 "저질적 인간"이라고 비난하는 식이다. 김정은의 '따뜻한 친서'와는 확연히 다른 기류다.

◇연말까지 줄다리기 이어질 듯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할 뜻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제재로 어렵지만 미국이 대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하는 연말쯤 치적이 절실한 트럼프 측에서 대화를 제의할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 자력갱생으로 버티면서 핵 활동을 계속해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작전"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친서에 대해 '대화의 끈 유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단 얘기다.

미·북 간에 물밑 대화가 진행 중이란 신호도 감지되지 않는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사전 실무 협상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미국의 외교 일정 등을 볼 때 당장 북한 문제에 관심을 쏟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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