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벽을 깼다, 'SWAG 세대'의 반란

입력 2019.06.13 03:01 | 수정 2019.06.13 10:56

[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

'이강인과 아이들'이 한국 축구사를 다시 썼다.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한 이들은 12일 폴란드의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최준(연세대)이 전반 39분 이강인의 어시스트를 선제 결승골로 연결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 대회(올림픽 포함)에서 결승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카타르(1981년), 일본(199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카타르는 서독(현 독일), 일본은 스페인에 각각 0대4로 패해 준우승했다. 한국은 오는 16일 오전 1시 우크라이나와 우승을 다툰다. 에콰도르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선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선수들은 스왜그(Swag) 넘치는 힙합 음악에 몸을 맡기며 기쁨을 만끽했다.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한 U-20 대표팀을 'SWAG'란 글자로 풀어봤다.

한국 축구사 새로 쓴 한 방… 파죽지세 청춘들, U-20 결승행 -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한 방이었다. 최준이 12일 오전 에콰도르와 벌인 U-20(20세 이하) 월드컵 4강전(폴란드 루블린)에서 전반 39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후 포효하는 모습. 그는 경기 후 “차는 순간 ‘들어갔다’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 결승전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오는 16일 오전 1시 우크라이나와 우승을 다툰다.
한국 축구사 새로 쓴 한 방… 파죽지세 청춘들, U-20 결승행 -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한 방이었다. 최준이 12일 오전 에콰도르와 벌인 U-20(20세 이하) 월드컵 4강전(폴란드 루블린)에서 전반 39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후 포효하는 모습. 그는 경기 후 “차는 순간 ‘들어갔다’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 결승전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오는 16일 오전 1시 우크라이나와 우승을 다툰다. /게티이미지코리아
◇Smile(스마일)

선수들은 "지금까지 뛰어본 팀 중 이 팀이 가장 분위기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부터 발을 맞춰온 이들은 정정용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 '원 팀'으로 뭉쳤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골키퍼 이광연은 상대 슈팅을 아깝게 놓치자 안타까워하다 이내 웃었다. "친구들이 넣어줄 것이라 믿어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18세 막내 이강인의 얼굴에선 평소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선배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볼을 잡으며 스스럼없이 감정 표현을 한다. 동료 선수들은 위계질서는 접어두고 이강인을 탁월한 능력을 가진 리더로 대한다.

한국 선수들이 12일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이기고 나서 서로 물을 뿌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정신력’과 ‘투혼’으로 부족한 기량을 만회하던 선배들과 다르다. 선진 축구의 흐름에 발맞추며 누구와 싸우더라도 경기를 즐긴다.
한국 선수들이 12일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이기고 나서 서로 물을 뿌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정신력’과 ‘투혼’으로 부족한 기량을 만회하던 선배들과 다르다. 선진 축구의 흐름에 발맞추며 누구와 싸우더라도 경기를 즐긴다. /연합뉴스

◇World class(월드 클래스)

정정용호는 이런 밝은 분위기 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별 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졌을 뿐 이후 다섯 경기에서 모두 웃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한 경기에 2~3개의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상대를 공략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전술을 소화하는 선수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선수들은 작년 아시아 예선 때부터 정 감독에게 전술 노트를 받아 '열공'했다. 포메이션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숙지하고, 체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잦은 포메이션 변화에도 문제없이 대처하고 있다.

◇Assist(어시스트)

배우 뺨치는 표정 연기 - 12일 에콰도르전 프리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최준과 시선을 맞추는 장면. 이강인은 마치 연기하듯 다른 쪽을 쳐다보다 재빨리 최준을 향해 패스해 골을 도왔다.
배우 뺨치는 표정 연기 - 12일 에콰도르전 프리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최준과 시선을 맞추는 장면. 이강인은 마치 연기하듯 다른 쪽을 쳐다보다 재빨리 최준을 향해 패스해 골을 도왔다. /KBS 캡처

에콰도르전 결승골 장면에선 이강인의 천재성이 돋보였다.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공을 앞에 두고 태연하게 턱을 만지며 주위를 둘러보던 이강인은 왼쪽 전방에 있던 최준과 순간적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더니 다시 반대쪽을 쳐다보며 상대를 현혹시킨 뒤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앞쪽으로 길게 패스를 내줬다. 최준은 빈 공간을 파고들며 공을 잡은 다음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팬들은 "이강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배우 뺨친다"며 환호했다. 이강인은 4도움으로 국내선수 중 FIFA 주관 단일대회 최다 도움 기록을 세웠다. 이강인이 1골 4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면서 한국이 우승할 경우 대회 MVP(최우수 선수)인 골든볼이 그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커졌다.

◇Goal(골)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의 유스(Youth) 시스템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에콰도르전 결승골의 주인공 최준과 이번 대회 두 골을 넣은 오세훈, 중앙 수비수 김현우는 울산 유스인 현대고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K리그 유스에서 성장해 프로로 진출한 선수들은 월드컵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강인과 아이들'은 16일 결승전에서도 멋진 골을 합작해 우승이라는 목표(goal)를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Swag(스왜그)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온 말. ‘건들거리다’ ‘잘난척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현대의 힙합 음악에선 ‘허세를 부리듯 자유분방한 스타일 또는 멋’을 나타내는 은어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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