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외손자 정보 가렸는데도, 교장·교감 경고

입력 2019.06.13 01:30 | 수정 2019.06.13 11:06

국회요청에 초등학교서 자료제출
문다혜 해외이주 논란 일자 監査
교사 포함 5명에 경고·주의 7회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 사실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대통령 외손자가 다녔던 A초등학교를 상대로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대대적 감사(監査)를 실시했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청와대가 지난 1월 "자료 취득 경위 불법성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조치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정권 차원의 보복 감사 아니냐"는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5일까지 A초교에 대한 특정 감사를 진행했다. 국회 요청에 따라 A초교가 '1년간 학적 변동 현황'을 제출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통령 외손자에 대한) 개인 정보 유출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라고 했다.

교육청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국회 제출 자료에 이름, 생년월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 정보가 가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제출 자료만으로 개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도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더욱 신중히 판단해야 했다"면서 A초교 교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징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초등학교 한 곳을 잡아다가 특정 감사한 것은 보복성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실제 교육청은 세세한 오류까지 잡아내는 '먼지떨이' 감사를 했다. 이에 따라 당시 근무했던 A초교 교장은 경고 1회, 교감은 경고 2회와 주의 1회, 또 다른 교감은 주의 1회를 받았다. 일선 교사 2명도 각각 한 차례씩 주의 처분을 받았다. 감사 한 번으로 내려진 경고·주의 조치가 모두 7회에 이른다.

교육청은 A초교 교사가 제출 자료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교감에게 전송한 뒤 허락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과정도 문제 삼았다. 방학 중이었지만 휴대폰이 아니라 정식으로 결재를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A초교는 해외 이주 학생이 7명이었음에도, 착오로 명단의 맨 윗줄에 있는 학생(문 대통령 외손자) 1명의 자료만 제출했고, 요구 내용에 없던 자료도 제출했다는 점 등을 지적받았다.

대통령 딸 해외 이주 의혹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월 처음 제기했다. 곽 의원은 A초교 제출 자료 외에도 부동산 처분 시점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서 문 대통령 딸 다혜씨 일가족의 해외 이주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의원이 직위를 이용해 대통령 가족에 대해 근거 없는 음해성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며 "불법·탈법을 일삼던 과거 정부 공작 정치의 음습한 그림자가 떠오른다"고 했다.

국회 자료 제출 문제로 교육청이 일선 학교를 겨냥한 특정 감사에 착수한 것은 이례적이다. A초교 측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했느냐"며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를 진행했던 교육청 관계자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A초교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할 게 없고, 전혀 말하고 싶지도 않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대통령 일가족 해외 이주 논란을 일으킨 '괘씸죄'로 초등학교까지 손본 것 아니냐"는 불만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의 '현미경 감사'를 들이대면 남아날 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사를 비롯한 관료 사회에 '야당에 협조하면 이렇게 된다'는 식의 공포심을 주려는 것 아니냐"며 "결국 A초교는 '시범 케이스'로 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곽 의원은 "서울교육청도 '응분의 조치' 운운했던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독재 정권 시절에나 볼 법한 보복 감사로 애먼 학교를 괴롭히지 말고 야당을 직접 공격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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