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회담 1년… 한차례 유해송환 빼곤 합의사항 모두 공회전

입력 2019.06.12 03:01

[美北 싱가포르 회담 1년]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 1주년 행사 하루前 돌연 연기

미·북이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지 1년이 흘렀다. 당시엔 68년간 적대해온 미·북 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양측은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강경 대치 상태로 돌아갔다. '운전자' '중재자'를 자처하던 한국은 북한의 외면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대화만 하면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 수 있다는 '대화 맹신론'이 실패의 씨앗을 낳았다"며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 핵 능력은 더 고도화됐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엔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송환 등 4가지가 담겼다. 이 중 미군 유해 송환만 작년 8월 한 차례(55구) 이뤄졌을 뿐 나머지는 가시적 성과가 전무하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 전(前) 단계'로 약속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쇄를 처음엔 이행하는 듯하다 결국 뒤집었다. 반면 한·미 군사동맹을 떠받쳐온 3대 연합훈련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대폭 축소·폐지됐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작은 조치에 우리 정부가 들떠 비핵화 의지를 전폭 신뢰한 게 패착"이라고 했다.

'세기의 회담'에 쏠렸던 전 세계의 관심과 열기는 1년이 지난 지금 거짓말처럼 식어버렸다.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관은 정상회담 장소인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11일 회담 1주년 기념식 행사를 준비했다가 하루 전 돌연 연기했다. 미측도 별도 기념행사를 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6·12 회담 1주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에 나선 것도 '초라한 6·12'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미·북은 비핵화 조치, 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을 놓고 서로 '먼저 태도 변화를 보이라'며 대치하고 있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교착 상태가 풀릴 기미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북한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다가오는데 양측 입장 차는 여전하고, 연내 한 번쯤 미·북 접촉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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