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낙동강 최상류 아연 제련소' 딜레마

입력 2019.06.12 03:17

호주서 배로 아연鑛 들여와 내륙 산골로 운반해 제련
1300만 식수원에 유출되는 카드뮴… 하천 기준치 4500배 검출
영풍그룹 완벽 대책 내놔야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석포제련소는 환경 현안 가운데서도 숙제 중 숙제다. 아연 생산량 세계 4위(연 36만t)라는 석포제련소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다.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20㎞쯤 떨어져 있다. 1300만명 식수원인 낙동강의 최상류 구간에 제련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석포제련소는 일제 때부터 아연 광업소가 있던 곳이다. 영풍그룹이 1961년 이를 인수해 연화광업소로 이름을 달았고, 1970년엔 제련소까지 차렸다. 연화광업소가 1998년 문을 닫은 후로는 호주·캐나다에서 아연 광석(鑛石)을 배로 수입해온다. 제련소가 수입항 부근 해안 쪽에 있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영풍 계열의 또 다른 아연 제련소인 울산 온산공단 고려아연에 대해선 이렇다 할 오염 이슈가 제기된 적이 없다. 석포제련소는 배로 들여온 아연 광석을 굳이 내륙 깊숙한 자연 속까지 운반한 후 제련하고 있다. 광석을 황산으로 녹여 아연을 뽑아내는데 그 과정에서 카드뮴이 나오는 것이다. 제련소 1·2·3공장은 'U' 자를 이어 붙인 형태로 구불구불 흐르는 강줄기 사이에 끼여 있다.

석포제련소에 대해 환경부가 지난 4월 17~19일 집중 점검을 했다. 10명이 2박 3일 공장을 훑었다. 단속팀은 점검에 앞서 보름 동안 세 차례 85곳 강물 시료를 채취해 수질 분석부터 했다. 1공장보다 상류 쪽에선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았는데 아래쪽에선 대략 하천 기준치의 20~170배 카드뮴이 나왔다. 1공장 옆 고인 물에선 기준치 4500배가 나온 곳도 있다. 공장 내 지하수 관정 33곳의 시료도 모두 카드뮴이 공업용수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11개 시료는 기준치의 5000배 이상, 최고 3만7000배까지 나왔다. 공장 폐수를 일부러 하천으로 유출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폐수 시설 주변 바닥으론 카드뮴 오염수가 철벅거렸다. 이것들이 지하수로 섞여 들어간 후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경북도와 협의해 120일 조업 정지 처분 방침을 영풍 측에 통보했다. 오는 19일 청문(聽聞)을 거쳐 최종 처분이 결정된다. 영풍 측은 지난달 낸 의견서에서 '공장 내부에서 일시 오염수가 바닥으로 넘쳤을 뿐 공장 밖 하천으로 유출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표 명의 사과문을 발표해 "내년까지 폐수가 한 방울도 나가지 않는 무방류 공정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석포제련소에 대해선 지난 6년여 동안 환경 당국이 지도 점검을 나간 횟수만 38차례다. 경고, 개선 명령, 시설 사용 중지, 과태료 부과, 고발 등 처벌 건수는 48건이나 된다. 작년 2월엔 중금속 폐수 유출이 적발돼 조업 정지 20일 처분을 받았다. 영풍 측은 조업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제련소 주변 토양의 광범위한 중금속 오염을 환경부에서 확인했다. 제련소 내 공장 부지도 토양 정화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굴뚝으로 나간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주변 산림 피해도 심각하다. 제련소 주변 산 능선의 나무들은 벌건 색으로 말라 비틀어졌다.

아연 제련소에서 나오는 카드뮴은 일본 4대 공해병 중 하나인 이타이이타이병 원인 물질이다. 일본에서도 아연 제련 공장 하류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 카드뮴은 뼈 속 칼슘 성분을 빼내기 때문에 뼈를 약하게 만든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16년 석포면 주민 771명을 검진한 결과 혈액 속 카드뮴 농도가 WHO 기준치보다는 아래였지만 한국인 평균의 3.8배 나왔다. 제련소 가까이 살수록 농도가 높았다. 석포 주민들 농도는 일본 만성 중독 기준치의 20분의 1 수준이다. 환경 단체들은 제련소 상류에는 많던 다슬기가 제련소부터 하류로는 서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제련소에서 70㎞ 하류 안동호에선 왜가리 등 조류 폐사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석포제련소 탓일 거라는 주장이다.

석포제련소는 자동차·조선 등 기업에 산업 원료를 공급해왔다. 120일 조업 정지면 가동을 1년은 멈춰야 한다. 협력 업체 포함 직원 1200명, 연 매출 1조4000억원짜리 공장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석포면, 태백시 상권도 타격을 입는다. 공장을 멈춰 세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영풍 측에서 주민 불신을 완전히 씻어낼, 정말 신뢰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하수를 통한 오염이라면 무방류 시스템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부지 역시 일정 시점까지 정화 처리해 땅에 묻힌 광물 찌꺼기에 의한 하천 오염을 봉쇄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일시 수습하려 들다가는 진짜로 공장 옮기거나 문 닫으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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