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하의 런던이야기] [2]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국회의원들

조선일보
  •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입력 2019.06.12 03:10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부 장관.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부 장관. /블룸버그
영국 하원 의원은 고달프고 없는 것도 많다. 악명 높은 영국 물가 감안하면 박봉(연봉 7만9468파운드·약 1억1920만원)을 받는다. 경비 지원이 없어 기사 딸린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의원은 전혀 없다. 모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기사와 관용차를 제공받는 하원의원 겸직 장관도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런던 시내는 자전거로도 다닌다. 기차나 항공기도 일반석 요금만 청구할 수 있다. 공항 귀빈실은 언감생심이다. 일정 관리하고 전화 받는 수행 비서도 없다. 보좌관도 중진일 경우만 1~2명 있다. 많은 의원이 단독 보좌관이 아예 없기도 하다. 초선 의원들은 중진 의원 보좌관 하면서 일을 배운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옆 의원회관에는 하원 의원 650명 중 213명만 사무실이 있다. 4~5선쯤 되면 보좌관과 같이 쓰는 단독 사무실이 주어진다. 3선도 동료 의원들과 공동 사무실을 쓴다.

영국 하원 의사당 중앙 홀에는 의원 개인 지정 좌석조차 없다. 기차역 대합실 의자 같은 긴 초록색 가죽 의자만 줄지어 놓여 있다. 그나마 437명만 앉을 수 있다. 전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여왕 시정연설 날엔 나머지 213명은 의자 사이나 뒤에 서 있다. 지역구 당사에는 아예 의원 사무실과 책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원 의원은 지역구 지방자치단체 의원 후보 선출에 전혀 영향력이 없다.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면 시의원 협조를 받아야 한다. 해서 영국에서는 시의원이 갑이고 하원 의원이 을이다. 영국 국민 6692만명에 하원 의원이 650명이다. 의원은 VIP가 아니고 별다른 특전도 없다. 대개 유효 2만~3만표 얻으면 당선되니 정말 한 표 한 표가 아쉽다. 그래서 그냥 동네 아저씨처럼 행동해야 한다. 누구나 전화해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영국 하원 의원은 정말 유권자의 공복이고 심부름꾼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