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 "수사권 조정안, 中 형사소송법 거의 베낀듯"

조선일보
입력 2019.06.11 03:01

윤웅걸 전주지검장 내부망에 비판글

정부·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현직 검사장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10일 여권(與圈)이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중국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온라인망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앞서 송인택 울산지검장도 "검찰 개혁이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검사장은 이날 A4 용지 19장짜리의 '검찰개혁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 개혁 법안과 중국의 형사소송법 내용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중국 형사소송법 조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경찰(공안)이 수사 주도권을 갖고 있고, 검사는 경찰에 보충 수사를 요구할 순 있지만 수사 지휘를 할 수는 없으며, 불기소 사건은 경찰이 종결시킬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공수처 법안도 중국과 유사하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중화인민공화국 감찰법을 신설하고 국가감찰위원회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윤 검사장은 "중국판 공수처는 우리와 달리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만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검찰 수사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도 사법의 광장으로 끌려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에 의한 인격 살인, 가혹한 압수 수색, 끝없는 별건(別件) 수사, 무리한 법리 적용 등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했다.

또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해 권력자에게는 충성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국민에게 불편을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다 제한하고 검찰을 통치 수단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윤 검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검찰 개혁에 반대하지 않지만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타도하거나 장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예속에서 벗어나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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