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파업 참여 저조하자… 노조, 상품권까지 뿌리며 독려

조선일보
입력 2019.06.11 03:01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집행부가 10일 조합원들에게 상품권까지 나눠주면서 파업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창사 19년 만에 첫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조합원 절반 이상이 이를 거부하고 공장을 돌리자 상품권까지 동원한 것이다. 자동차 노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파업 참여했다고 상품권 줬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금권 파업'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가동 중인 부산 조립공장 모습.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가 지난 5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지만, 부산공장 노조원 절반 이상이 이를 거부하고 정상 출근 중이다. 10일에도 공장 노조원 62%가 자발적으로 출근해 공장을 가동시켰다. 사진은 지난 7일 가동 중인 부산 조립공장 모습. /김동환 기자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부터 13일까지 부산공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근무 대신 공장 주변을 걷는 '둘레길 행진 집회'에 참여하라고 하면서, 이날 495명을 지명해 집회에 참여하라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행사에 나오면 '투쟁'이라 적힌 머리띠·우산·아이스커피 등을 주고, 1인당 중식 비용으로 1만원권 상품권을 나눠준다고 했다. 노조는 이를 위한 비용은 조합원이 낸 노조비에서 책정한 '쟁의대책 기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명된 495명 중 참석자는 120여 명(24%)에 불과했고, 다른 대의원·희망자까지 포함해도 190여 명에 그쳤다. 이날 집행부는 낮 12시 반쯤 집회를 마치면서 끝까지 남은 참석자들에게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을 나눠줬다. 노조원 A씨는 "파업한다고 경품 주고, 상품권 주는 걸 보고 무슨 소풍 가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원래 이런 노조 행사를 하면 경품과 식사를 제공하는데, 조합원들이 식사보다는 상품권이 낫겠다고 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노조의 전면 파업 지침에도 노조원 62.1%가 출근해 공장을 돌렸다. 지난 7일(61.2%)보다 출근율이 0.9%포인트 올랐다. 주간조 노조원의 경우 0.5% 오른 67%(1079명 중 723명)가 출근해 공장을 돌렸다. 특히 엔진 공장 직원들의 출근율은 90%가 넘는다. 엔진은 개별 부품이라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수입해 대체할 수 있어 무리한 파업을 하다간 바로 일자리를 잃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노조원 B씨는 "집행부가 그동안 파업에 불참했던 노조원들에게도 주말에 전화를 돌려 파업 집회에 나오라고 독려했지만, 오히려 출근하는 노조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생산성은 평소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부산공장은 평소 시간당 60대 정도를 생산했지만, 이날은 10대 정도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노조원들이 노조 집행부에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위기감이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모(母)회사인 르노그룹이 위탁 생산하는 물량에 공장 가동의 절반을 의존하고 있다. 기존 위탁 계약이 오는 9월 만료 예정이어서 새로운 위탁 물량을 받아내지 못하면 공장 가동률이 40%까지 떨어져 생존이 어려워질 절박한 상황이다.

르노 본사에서는 "부산 공장이 계속 파업을 이어가면 위탁 물량 배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강성파인 현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지난해 12월 이후 노조를 탈퇴했거나 노조에서 제명된 인원은 100명이 넘는 실정이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조합원들이 원치 않는 파업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권까지 동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이라도 조합원 다수 의사가 무엇인지 묻고 대화하는 것이 노조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