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집단 무력감… 20대 우울증 2배 늘었다

입력 2019.06.11 03:01

지난해 29% 급증해 9만8000명
불안장애도 20% 늘어 6만9000명

서울 종로구에서 자취하는 김모(29)씨는 최근 스마트폰 메신저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모두 삭제했다. 그는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회계사 시험에 도전했다가 낙방했다. 이후 9급 공무원 시험에 두 차례 도전했지만 역시 떨어졌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 "인생 망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다 아예 연락을 끊었다. 어머니가 그런 딸이 걱정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김씨가 우울증이라고 진단했다.

마음의 병을 앓는 20대가 늘고 있다. 심각한 청년 실업에,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서툰 20대의 특성이 결합돼 '청년 우울'을 불러오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국회 김승희 의원에게 20대 우울증 환자가 2014년 4만9848명에서 지난해 9만8434명으로 최근 5년간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2010~2014년 사이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매년 5만명 안팎으로 일정했는데, 2014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20대 우울증·불안장애
우울증뿐 아니다. 20대 불안장애 환자도 2014년 3만7100명에서 지난해 6만8751명으로 배 가까이 많아졌다. 두 질병 모두 최근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는 전년 대비 29%, 불안장애 환자는 20% 늘어났다.

'불면증은 중년 이후에 온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잠을 못 자 병원에 다니는 20대도 2014년 2만7219명에서 지난해 3만2596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이 국회 이채익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20대도 최근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는 전부 많게는 수백 명씩 자살자가 줄어드는데 20대만 소폭이지만 거꾸로 갔다(2016년 1137명→2017년 1142명).

◇나약하다는 낙인

전문가들은 20대 우울증 환자 등이 증가하는 원인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심각한 청년 실업, 사회적 고립, '나약한 세대'라는 낙인이다.

청년 실업률은 2010년 7.7%에서 2017년 9.9%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9.5%로 약간 낮아졌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업률엔 '수입이 있는 일자리가 없고, 지난 4주간 적극적 구직 활동을 한 사람'만 실업자로 포함된다.

지금 당장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짧은 시간 일하고 있지만 장차 정규직 일자리를 얻고 싶은 사람, 취업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구직 활동을 못하는 사람까지 모두 합친 걸 '확장 실업률'이라고 하는데, 이 지표가 체감 실업률에 가깝다.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의 확장 실업률은 2015년 21.9%에서 지난해 22.8%까지 올라갔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는 "학업·취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20대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쟁 스트레스를 더욱 키우는 게 사회적 고립이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대는 윗세대에 비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서툴러, '나는 어차피 안 될 거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 증폭된다"고 했다.

세대 전체에 팽배한 '집단적 무력감'도 무시 못 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캥거루족' 같은 프레임을 만들어 20대를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패기 없는 세대'로 취급하는데, 이 때문에 20대들도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며 "정치적·사회적인 이슈에서 20대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 사회 구조도 이들의 무력감을 키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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