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 되면 경제 살아난다는 것은 또 무슨 이론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9.06.11 03:19

'경제가 탄탄하다'던 정부·여당이 갑자기 '대외 여건 악화'를 내세우면서 "추경예산 통과"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 하방 리스크'를 10여 차례나 언급한 뒤 "추경이 늦어지면 일자리 1만~2만개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추경이 집행되지 않아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고, 추경만 통과되면 경제가 살아날 듯 말하고 있다. 처음 보는 희한한 풍경이다.

추경이란 본 예산이 확정된 뒤에 발생한 예기치 못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는 예외적인 것이다. 재난 대처 등이 대표적이고 액수도 많아야 수천억 정도로 하는 것이 맞는다. 우리나라에선 역대 정권이 재정을 풀어 선심을 쓰는 용도로 이용한 탓에 규모가 몇 조원까지 부풀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경기 부양을 한다'고 한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 추경 규모도 6조7000억원이다. 본 예산 470조원의 2%가 안 된다.

'예기치 못한 재정수요'라고 제시된 것도 강원도 산불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미세 먼지, 체육관 짓기, 국립대 건물 석면 제거, 노인 일자리 등이 무슨 예기치 못한 일인가. 심지어 영화관·미술관 입장권 할인, 제로페이 홍보 등 선심 사업까지 끼어 있다. 이런 곳에 세금을 쓴다고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당초 경제부총리는 추경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입장을 바꾼 뒤 이젠 추경이 안 돼 경제가 침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경제 침체는 이 정부의 정책 실험이 실패한 결과다. 정부가 지금 추경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 실패의 책임을 야당에 미루고 2차, 3차 등 후속 추경으로 내년 총선용 선심 총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목적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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