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 "수사권조정과 공수처도 중국 그대로 베끼나"

입력 2019.06.10 17:49

현직 검사장이 국회에서 논의중인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에 대해 "우리 (정부) 개혁안을 중국 형사소송법 조항과 비교해 보면 그대로 베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윤웅걸 현 전주지검장./조선DB
윤웅걸 현 전주지검장./조선DB
윤웅걸(53·사진) 전주지검장은 10일 오후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A4용지 19장 분량의 ‘검찰개혁론2’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지검장은 "현재 우리나라 검찰제도는 서구 선진국들의 제도와 동일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검찰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굳이 법과 제도에 있어 서구 선진국들과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국의 제도로 변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검·경 수사권 조정 사례를 들었다. 수사와 기소를 엄격히 구분한 중국의 검찰 역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윤 지검장은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구 검찰제도에선 수사와 기소의 분리 개념이 없고, 검사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등을 통해 ‘수사 주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독일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비대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확립했고, 일본 역시 두 조직 간 권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를 관장해야한다’는 입장이 채택됐다고 한다. 프랑스 검사 역시 자체적인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일반적·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윤 지검장은 "중국은 수사와 기소에 확실한 구분을 둠으로써 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인 공안에 주어져 있고, 검사의 주된 역할은 수사보다는 기소 심사에 있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중국의 공안은 기소의견인 사건만 검찰에 송치함으로써 불기소사건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사는 수사지휘권 없이 송치 이후 보충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런 중국의 형사소송법 내용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법안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지검장은 "검찰의 기능을 떼어내 경찰에 넘겨주는 것이 개혁이라면 왜 서구 선진국들은 그러한 길을 걷지 않았는지 곰곰이 새겨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검찰제도는 서구 선진국들의 제도와 동일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굳이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국의 제도로 변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 도입안(安)에 대해서도 윤 지검장은 "검사의 비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루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할 수는 있다"면서도 "(‘제 식구 감싸기’ 비난 등을 이유로) 검사로부터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제3의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등 검찰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들어 변경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최근 중국에서 공수처와 유사한 기관인 ‘국가감찰위원회’를 설립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직자에 대한 심도 있는 반부패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런 법이 통과됐는데, ‘부패척결을 목적으로 한 효율적인 정적 제거 등 최고 통치권자인 주석 권력의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윤 지검장은 "공수처는 공직자 부패척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다른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이 많은 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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