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주려던 강연료 1550만원은 교육부의 '눈먼 돈'

조선일보
입력 2019.06.10 03:00

작년 30억·올해 45억 예산 책정
교육부 뒤늦게 "용처 알아볼 것"

대전 대덕구청은 방송인 김제동씨의 90분 특강에 강연료 1550만원을 주려다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강연료는 교육부로부터 받은 '풀뿌리 교육 자치 협력체계 구축 지원 사업' 예산을 사용하려고 했다. '풀뿌리 교육 자치 사업'은 지난해 시작한 국책 사업으로 지난해 30억원, 올해 45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대덕구청은 지난해 1억5500만원, 올해 1억8000만원을 교육부로부터 받았다. 교육부가 지자체에 돈을 주면 해당 구청이 사업을 진행한다.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 확산을 촉진하겠다는 게 이 사업의 주요 취지다. 주로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주장해 온 내용이다.

하지만 예산을 준 교육부는 정작 이 돈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제동씨의 고액 강연료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뒤늦게 "사업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점검해보겠다"고 9일 밝혔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정부가 정확하게 무엇을 하라는 데 돈을 쓰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세수(稅收)가 늘어 교육 예산이 점점 늘어나면서 곳곳에 이 같은 '눈먼 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부가 예산을 줄 때는 명확하게 지침을 주고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사실상 방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풀뿌리 교육 자치 협력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공모했다. '혁신교육지구 모델'을 내실화하겠다는 게 사업 목적이었다. 대덕구청과 대전교육청이 신청한 '대덕 행복이음 혁신교육지구', 경남교육청과 김해시의 '지역과 함께하는 행복한 김해교육공동체', 충남시교육청과 당진시의 '해나루 마을교육생태계' 등이 8월 시범 사업으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9월 대덕구청을 비롯한 18개 사업단에 평균 1억8000여만원씩 1년치 예산을 내려보냈다. '국책 사업'이라며 4개월 안에 1년치 예산을 전부 쓰라고 한 것이다. 대덕구청이 김제동씨에게 주려던 강연료 1550만원은 지난해 정부가 내려보낸 사업 예산(1억5500만원) 중 올해로 이월된 예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자체 현장에서 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1년치 예산을 내려보내는 바람에 대부분 쓰지 못했다"면서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게 학부모 연수나 업무 담당자들 교육 같은 거라서 그런 데부터 일단 쓰고 있다"고 했다. 김제동씨 강연료 논란이 발생한 대전시의회에선 지난 3월 '풀뿌리 교육 자치 사업이 뭐냐'는 시의원 질의에 교육청 간부가 "처음 하는 사업이라서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17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은 2014년 39조4117억원에서 2018년 47조6956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는 638만명에서 558만명으로 80만명이나 줄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고 예산만 크게 늘어나 재정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교육 예산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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