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재선될지 점까지 봤다"

입력 2019.06.10 01:29

'김정은 평전' 펴낸 파이필드 WP 베이징지국장 인터뷰

애나 파이필드
/파이필드 제공
'김정은의 보좌관 한 명이 한국의 전통적인 점쟁이에게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물었는데 점쟁이는 트럼프가 재선된다고 했다.'

이번 주 한국과 미국에서 출간되는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영어판 The Great Successor)에 나오는 일화다. 저자인 애나 파이필드(Anna Fifield·사진) 미 워싱턴포스트(WP) 베이징 지국장은 지난 6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뉴욕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駐)유엔 북한대표부의 한 외교관이 뉴욕 코리아타운의 유명한 무속인을 찾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물었고 그 무속인이 '트럼프가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 시점과 소스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북한이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2004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 특파원 때부터 한반도와 연을 맺은 파이필드는 백악관 출입기자를 거쳐 WP로 옮긴 뒤 서울특파원·도쿄지국장을 거치며 북한에 천착해왔다. 방북 경험만 10차례 이상인 그는 스위스 유학 시절 김정은을 돌봐줬던 이모 고용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을 조달·관리했던 노동당 39호실 출신 탈북자 리정호씨 등 김정은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거의 모든 이를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존 자료를 더해 김정은의 어린 시절부터 지난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까지 얘기를 책에 담았다.

'마지막 계승자'
파이필드 지국장은 이 책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미 CIA(중앙정보국) 요원들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건네줬다"고 했다. 그것이 김정남의 암살을 초래했다고 쓰지는 않았지만, 그는 "김정은으로선 조국에 대한 배신행위로 간주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은 피살되기 최소 10년 전부터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북한이 만든 수퍼노트(위조 100달러 지폐)도 그가 세탁했다고 했다.

김정은과 그 일가 관련 비사(秘史) 외에도 책에는 미·북 정상회담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도 적잖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정상회담 첫날 저녁 김정은은 트럼프와 북한산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면서 '제재를 풀어주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북한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파이필드는 "회담은 그때 이미 결렬로 가고 있었다"며 "회담이 그런 식으로 결렬될 것이라곤 양쪽 모두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소통상의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청와대는 이튿날 두 정상의 오찬이 취소될 때까지도 협상 타결이라는 미몽에 빠져 있었다. 그의 책에는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때 한국을 찾은 김여정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뜻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을 때 김정은이 처음 그런 뜻을 밝혔다'고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이다. 파이필드는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은 직접 확인한 팩트"라고 자신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여전히 북한 소행임을 믿지 않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파이필드는 "그간의 취재들을 종합하면 당시 후계자 신분이던 김정은이 북한의 군권을 넘겨받을 능력과 담대함을 가졌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감행한 것이라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리비아의 전 지도자) 카다피의 최후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 그에겐 핵무기는 자신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라고 단언했다.

파이필드는 그러나 "경제개발에 대한 김정은의 절박함은 진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7세에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앞으로 수십년간 권력을 유지하려면 아버지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WP 북한통 기자의 김정은 평전 "11살때 콜트45 권총 선물받아" 박수현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