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들까지 대통령 김원봉 발언 비판

조선일보
입력 2019.06.10 01:30

[김원봉 논란]
"그는 6·25 전범, 왜 하필 순국하신 분들 앞에서 그런 말 하나
천안함 유족에 김정은 사진, 5·18 유족에 전두환 사진 준 셈"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평가하고, 청와대가 천안함·연평해전 유족과의 오찬에서 '김정은 사진'이 들어간 홍보물을 나눠준 것에 대해 20~30대 남성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을 생생하게 자기 일처럼 겪은 2030 남성의 대북(對北) 인식이 현 집권 세력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원봉 서훈' '김정은 사진' 논란 관련 2030 남성 반응
서울대 게시판에서 한 서울대생은 "김원봉은 엄연한 6·25 전범인데, 6·25에서 순국하신 분들을 모신 곳 앞에서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8·15 경축사에서 '일본이 우리나라 발전의 뿌리'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빨갱이'라는 말은 '냉전 수구 꼴통' 할배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나도 써야 하나 싶다"는 글도 있었다. 한 인터넷 이용자는 "이러다가 북한과 '민족적 대화해'를 하겠다며 김일성의 업적까지 평가하자고 나올까 봐 두렵다"고 했다. 회사원 윤한석(32)씨는 문 대통령의 '김원봉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며 "국민 세금을 받고 일하는 청와대 참모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김원봉 대목만 제외하면 훌륭한 추념사"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 같은 긍정적 의견도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커뮤니티 성격에 따라 비판글이 80%가 넘는 곳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가 천안함·연평해전 유족에게 '김정은 사진'이 들어간 홍보물을 배포한 데 대해 2030 남성들은 "유족에게 갖춰야 하는 기본 예의조차 망각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군 시절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며 "그렇게 가족을 잃은 분들을 불러다가 김정은 사진을 보여준 건 5·18 유족들에게 전두환 사진을 나눠준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이씨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이 발생한 2009~2010년에 군 복무를 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회사원 권철환(30)씨는 "문 대통령의 공감 능력에 의심이 들고 지금은 유족들에게 사과조차 안 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실망"이라고 했다. 중도·진보 성향 인터넷 게시판들에서도 "김정은 사진 나눠줬다는 뉴스를 보고 처음에는 일베(극우 커뮤니티)에서 조작한 줄 알았는데 정말이라니 경악스럽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대통령이 "경제·민생을 돌보기보단 낡은 '역사·이념 논쟁'을 일으키는 모습이 답답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취업 준비생 김모(27)씨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이미 끝난 70~80년 전 과거를 가지고 싸울 시간에 일자리나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영업자 김성희(31)씨도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030 남성은 현 정부 출범 당시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문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남성 87%, 30대 남성 91%였다. 그러나 지난달 조사에선 20대 46%, 30대 58%로 떨어졌다. 인하대 홍득표 명예교수는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의 어려움으로 2030 남성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은 높아지는 추세"라며 "이번 논란은 북한에도 비판적인 그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2030 남성 지지율 회복을 고민하던 여권엔 악재(惡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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