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속中 페북 글' 민노총 간부에 경찰이 호송車서 휴대폰 주고 돌려받지도 않았다

입력 2019.06.08 17:15 | 수정 2019.06.08 22:21

/ 한모 민노총 조직국장 페이스북.
/ 한모 민노총 조직국장 페이스북.
구속 민노총 간부, 이송 도중 페북에 몰래 글 올려 논란
호송 경찰, 검찰 이송 중 호송버스 안에서 영치 물품 건네
"본인 것 맞는지 확인하다가 돌려받지 않아"해명
경찰, "호송 규칙 위반…경위 조사 후 징계할 것"

국회 앞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민주노총 간부가 이감(移監) 도중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호송 경찰관이 호송차 안에서 규정을 어기고 이 민주노총 간부에게 휴대전화를 되돌려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8일 조사됐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호송 담당 경찰관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구속된 민노총 조직국장 한모씨가 지난 5일 오전 페이스북에 "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전날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그는 당시 "수감가는 중에 몰래 (글을) 올린다"고 했다. 구속 상태에서는 규정상 휴대전화나 PC를 사용할 수 없어 한씨가 게시물을 올린 경위에 대한 의문이 일자 경찰은 조선일보에 "다른 사람이 올려줬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에 "한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면서 휴대전화와 지갑, 크로스백 등 총 3개 물품을 영치(領置)했다"면서 "한씨가 영등포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이동하던 5일 오전 7시 59분쯤 호송차 안에서 호송관으로부터 물품을 반환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송치할 때 영치 물품을 탁송해야 하는데, 호송관이 이를 피의자에게 반환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당시 호송차인 소형버스엔 한씨 등 구속된 민노총 간부 3명을 포함해 피의자 4명이 타고 있었고, 영등포서 소속 호송 담당 경찰관도 4명 넘게 탑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은 한씨 등 4명의 신병을 확보한 뒤 서울 남부구치소로 송치할 예정이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동하면서 경찰 호송관이 한씨에게 유치장에 입감될 때 맡겼던 본인의 물품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돌려줬다"며 "호송관이 이후 휴대전화를 다시 받았어야 하는데 돌려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호송관이 (본인 확인 후) 한씨에게 휴대전화를 되돌려달라고 시도하지 않았다"면서 "한씨가 구치소에 가서 (본인이) 휴대전화를 다시 영치할 줄 알고 휴대전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가 이송 도중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53조(영치금품의 처리)에 따르면, 피의자는 구속·이감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유치장에 들어가는 순간 경찰에게 소지품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규칙을 위반한 담당 경찰관들을 감찰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감찰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씨는 앞서 지난 5일 오전 8시 13분쯤 페이스북에 "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몇 달이 될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동지들 평안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수감가는 중에 몰래 올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직국장, 조직부장, 조직쟁의실장, 조직쟁의국장 등 자신이 역임한 민노총 간부직이 적힌 명찰 4개 사진도 함께 첨부하면서 "이 명찰이 주는 무게를 알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민노총 간부 6명이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민노총 간부 6명이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한씨는 지난 3월 27일과 4월2일~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반대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고, 국회 담장과 경찰 질서유지선 등을 훼손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경찰은 한씨와 조직쟁의실장 김모씨 등 민주노총 간부 6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씨와 김씨 등 3명에 대해선 영장을 발부했지만 나머지 3명에 대해선 "일부 혐의에 대해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3일 법원의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법 조치가 선진국에 비해 약하다"며 "현장에서 공권력을 책임지고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집행을 망설일 수밖에 없고 폭행까지 당하는 상황들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었다.

한편 한씨 등이 참여했던 국회 앞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 7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의 3~4월 투쟁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려 하는 정부에 대한 규탄과 저항이었고 국회에 대한 온몸을 던진 문제제기였다"며 "우리들의 너무나도 정당한 투쟁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결과에 따른 책임 역시 위원장인 제게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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