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 났다고 실습 줄인 포퓰리즘, 실업高 취업률 급락

조선일보
입력 2019.06.08 03:13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실업계고의 지난 2월 졸업생 취업률이 34.8%밖에 안 됐다고 한다. 재작년 53.6%였는데 작년 44.9%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 다시 급락했다. 마이스터고는 취업률이 꾸준히 70% 중반을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를 교정해줄 제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취업률이 급락하면서 많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서 지원 학생이 줄거나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고 한다. 취업률 급락엔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졌고,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것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재작년 현장실습 고교생들이 사고를 당하자 실습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 것이 실업고생의 취업난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안전사고는 예방해야 하지만 100% 막을 수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 요인을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실업계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를 줄여버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관료들 면피하겠다는 생각뿐 이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는 따져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현장실습을 거쳐 졸업 후 정식 채용'이라는 실업고생들 취업 루트가 막혀 버린 것이다. 정부 실책으로 2만명 가까운 학생이 일자리 구할 기회를 놓쳤다.

작년 11월 교육 현장에서 실업계고 학생들로부터 "현장실습 규제로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을 들은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시행했는데 실제는 피해를 가져다줬다"면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넘어갈 일인가. 교육부는 결국 올 1월 다시 실습 기간을 전처럼 늘렸다. 이미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겐 어떻게 할 건가. 최근 오염물질을 배출했다고 제철소 고로를 사실상 못 쓰게 만들려는 일도 있었다. 쇠뿔을 고치는 게 아니라 소를 죽이는 행태들 역시 근원은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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