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발재간에 리더십까지… "강인아, 형이라 부를게"

입력 2019.06.07 03:02

U-20 월드컵 축구대표팀 '형 같은 막내' 이강인의 매력
명품 크로스·여유있는 드리블… 실력 뛰어난 18세 이강인에게 대표팀 동료들 "막내 형" 불러

이강인
스페인 발렌시아 팬들은 요즘 U-20 월드컵의 한국 경기 영상을 찾아보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이강인(18·발렌시아)의 플레이를 마음껏 감상하기 위해서다. 지난 1월 만 17세 나이로 스페인 라 리가(1부 리그)에 데뷔한 이강인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3경기 출장에 그쳤다.

이번 대회 영상을 본 발렌시아 팬들은 '우리 강인이가 이렇게 잘해?' '이런 애를 감독은 안 쓴 거야?' '임대 보내면 절대 안 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왕컵 우승 행사에선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이 우승 소감을 말하는 동안 팬들이 'Saca Kangin Lee'라는 노래를 불렀다. saca는 스페인어로 '꺼내다'란 뜻이다. 이강인을 꺼내 써라, 즉 기용하라는 의미로 부른 노래다.

이를 들은 토랄 감독은 "나도 그를 꺼내 보여주고 싶은데 여기에 없네요"라며 웃었다. U-20 월드컵에 참가하느라 행사에 빠진 선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줄 만큼 현지 팬들은 이강인을 아낀다.

◇하이라이트 제조기

이강인에 흠뻑 빠진 건 비단 발렌시아 팬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이강인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국내 팬들은 U-20 월드컵을 보며 '슛돌이'가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로 성장했다며 열광하고 있다. 여섯 살 때 TV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나와 솜씨를 뽐냈던 '축구 신동'이 이젠 어엿한 스페인 1부 리거로 U-20 월드컵에서 두 살 많은 형을 이끄는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크로스와 뛰어난 볼 키핑 능력, 여유 있는 드리블까지. 이강인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플레이로 한국을 8강에 올려놓았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오세훈의 헤딩 골을 이끌어낸 '명품 크로스'가 많은 팬의 감탄을 자아냈다. 상대 수비 2~3명이 들러붙은 상황에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빠져나와 빈 공간에 패스를 찔러넣는 모습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지네딘 지단의 전매특허였던 '마르세유 턴(드리블을 하면서 몸을 한 바퀴 돌아 상대를 제치는 기술)'도 아무렇지 않게 선보인다.

◇애국가 크게 안 부르면 혼나요

18세 막내의 월등한 실력에 대표팀 형들은 이강인에게 '막내 형'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강인이 형'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애국가 크게 부르기'다. 매 경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는 이강인은 "포르투갈과의 1차전에서 상대가 우리보다 국가를 더 크게 불러 속상한 마음이 들어 형들에게도 크게 불러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주장 황태현에게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며 식사 시간 잔소리를 하는 것도 이강인이다. 맏형 조영욱은 자주 이강인에게 뒷목이 잡힌다. 이강인은 "영욱이 형의 목 뒤 살을 만지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마냥 버릇없는 막내는 아니다. 이강인은 인터뷰할 때마다 "열심히 뛰어준 형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형들도 훈련 시간 이강인의 엉덩이를 만지며 애정을 표현한다. 열 살 때부터 스페인에서 생활한 이강인은 형들과 지내며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 가장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행복'. "이 팀과 함께라 행복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대표팀은 지난 11일 동안 4경기를 치렀다. 일본전 다음 날인 5일엔 루블린에서 약 400㎞ 떨어진 비엘스코비아와로 이동하느라 하루를 다 썼다. 한국 시각으로 9일 오전 3시 30분 8강전에서 맞붙는 세네갈은 하루를 더 쉬어 체력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이런 스케줄을 소화한 적 없는 이강인의 체력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강인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내가 많이 뛰어야 형들에게 찬스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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