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날리듯… 2년후엔 100만원이면 '내 위성' 띄운다

조선일보
  • 샌프란시스코·패서디나=박우상 탐험대원
  • 취재 동행=최인준 기자
    입력 2019.06.06 03:07 | 수정 2019.06.06 07:51

    [청년 미래탐험대 100] [19]
    美 개인 위성시대 눈앞… 위성 개발 과학자 꿈꾸는 29세 박우상씨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시(市) 외곽에 있는 NASA(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 NASA의 모든 탐사선과 위성을 제작하는 공학 분야 세계 최고 두뇌들이 모인 곳이다. 지난달 18일 찾은 이 연구소에서는 1년 중에 단 한 차례 외부인에게 문을 여는 '익스플로어(탐험) JPL'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곳은 행사장 중앙에 있는 NASA의 '화성 탐사' 부스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탐사선 인사이트호(號)의 화성 착륙 과정을 지구에 생중계해 유명해진 큐브샛(CubeSat·초소형 위성) '마르코(MarCO)'의 실물 모형 앞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NASA 대외협력팀 아리엘 사무엘슨씨는 "서류 가방만 한 이 작은 위성은 화성 착륙 성공 여부를 실시간 알려주는 데 성공해 탐사선보다 더 유명한 스타가 됐다"고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한 엔지니어가 지난해 3월 화성 탐사에 사용된 큐브샛(초소형 위성) ‘마르코(MarCO·Mars Cube One)’를 점검하고 있다. 서류 가방 크기인 마르코는 지난해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화성 착륙을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데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한 엔지니어가 지난해 3월 화성 탐사에 사용된 큐브샛(초소형 위성) ‘마르코(MarCO·Mars Cube One)’를 점검하고 있다. 서류 가방 크기인 마르코는 지난해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화성 착륙을 처음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데 성공했다. /NASA JPL

    큐브샛은 사람이 손으로 너끈히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위성을 뜻한다.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 천문학적인 비용, 박사급 전문가들의 세계…. '위성' 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지만 지난달 방문한 NASA와 미국 큐브샛 관련 스타트업을 돌아보며 개인이 위성을 띄울 수 있는 시대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느꼈다. 위성 가게에 들어가서 "여자 친구 선물하게 위성 하나만 주세요"라고 주문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나 할까.

    ◇하루면 위성 하나 만든다

    ‘큐브 위성’으로 잡아낸 北 미사일 발사 - 미 민간 위성서비스 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달 4일 북한 강원도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발사체의 궤적을 자사 큐브샛 도브(Dove)로 포착한 사진.
    ‘큐브 위성’으로 잡아낸 北 미사일 발사 - 미 민간 위성서비스 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달 4일 북한 강원도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발사체의 궤적을 자사 큐브샛 도브(Dove)로 포착한 사진. /플래닛랩스

    '마르코'는 인사이트호와 함께 발사돼 애완견처럼 '주인' 옆을 졸졸 따라 날며 우주 비행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마르코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이자 큐브샛 분야 권위자인 JPL 앤드루 클레시 박사는 "요즘은 NASA뿐 아니라 많은 우주 개발 회사가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이 회사와 계약하고 로켓에 부수적인 탑재체로 작은 위성을 실어 발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저렴한 위성은 지금까지 비용 때문에 가지 못했던 지점으로 인류의 시야를 넓혀 줄 겁니다. 이 작은 녀석(큐브샛)에 우리가 거는 기대입니다." 수년이 걸려야 했던 위성 제작 기간은 이제 하루 정도로 줄었다.

    개인이 위성을 날리는 시대가 오면 어떤 일이 가능해질까. 미국에서 만난 위성 전문가들은 "현재는 원하는 장소를 촬영하거나 관측하려면 국가기관이나 위성 업체에 돈을 주고 사야 하고 절차도 복잡하다"며 "하지만 개인이 위성을 마음대로 띄울 수 있게 되면 농부는 본인 경작지의 정확한 기후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부동산 개발업자는 새 개발 지역에 대한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무한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수십 년 뒤 미래에는 화성뿐 아니라 그 너머 소행성과 같은 천체를 탐사하는 작업도 개인이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수십만원이면 개인도 위성 쏘는 시대로

    큐브샛과 대한민국 인공위성 제원 비교표

    실리콘밸리의 역동적인 스타트업들도 큐브샛을 우주로 대거 파견하고 있다. 지난달 찾은 샌프란시스코 우주 스타트업 '플래닛랩스'가 대표적이다. 2010년에 전직 NASA 과학자들이 만든 이 업체는 2013년부터 큐브샛 351개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현재 141개 큐브샛을 지구 저궤도(300~1000㎞)에 띄워 운용하고 있다.

    도브(Dove·비둘기)라는 최신 큐브샛은 크기가 식빵 한 줄 정도(10㎝×10㎝×30㎝)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통신 중계, 지상 관측을 하려면 500㎏이 넘는 트럭만 한 대형 위성을 띄워야 했다. 떼지어 '출동'해 비행(飛行)하는 플래닛랩스의 큐브샛 군단은 24시간 지구 전역을 그물망처럼 나누어 찍는다. 하루 120만개 이미지를 생성한다.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농업, 국방, 기상 관측, 자연재해 분석, 첩보 등 수많은 분야에 활용된다. 플래닛랩스 홍보부의 트레버 해먼드씨는 "위성 수십대를 운용해 넓은 지역의 방대한 데이터를 언제든 얻을 수 있어 사실상 검색 한 번으로 전 세계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초 호도반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발사 궤적을 포착한 선명한 컬러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 이미지가 플래닛랩스 큐브샛의 '작품'이었다.

    탐사 기간 동안 만난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수십 년 안에 개인이 직접 위성을 발사해 우주 탐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NASA는 손톱 크기인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발사 비용도 내려간다. 내년에는 물체 1㎏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이 951달러(약 110만원)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NASA는 이를 2040년까지 수십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개인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듯 큐브샛을 만들어 수십만원 정도 내고 이를 우주로 보낸다. 이런 세상이 왔을 때 '박우상 위성'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벌써 가슴이 뛴다.

    [미탐100 다녀왔습니다] 어린이부터 노부부까지 과학과 노는 모습 인상적

    박우상씨

    앞으로 100년 안에 개인이 우주 탐사를 하는 시대를 꿈꾸는 29세 항공우주공학도 박우상〈사진〉입니다.

    학창 시절 달과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게 유일한 취미일 정도로 우주를 동경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는 1년 동안 큐브샛(초소형 위성)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지금은 위성을 개발하는 과학자를 목표로 박사 과정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우주 강국입니다. 이번에 미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해 보니 그 힘의 원천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엔 항공우주공학을 하나의 여가 활동처럼 즐기는 일반 시민이 빼곡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석자들은 마치 토크쇼나 영화관에 문화생활을 체험하러 온 느낌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관제실과 위성조립실을 관람하려고 한 시간 이상 기다릴 정도였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선진국이 어떻게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면서 지지를 얻고 있는지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미래가 한국에서도 현실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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