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전사자 유가족의 恨마저 편집해 전하는 청와대

조선일보
입력 2019.06.06 03:18

청와대가 지난 4일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행사를 연 뒤 '북한이 화해를 말하려면 먼저 6·25전쟁을 사과해야 한다'는 참석자 발언을 빼고 발표한 사실이 당사자 문제 제기로 알려졌다. 6·25 때 전사한 김재권 일병의 아들 김성택씨는 이날 대통령 앞에서 "6·25, 천안함, 서해 교전, 연평 해전 등은 북한의 공격이자 테러이다. 전쟁과 테러를 가한 북한이 사과해야 화해가 이뤄지고 화해 다음에 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69년이 지나도 이처럼 사무친 원한이 깊은데 북한이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화해 없는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위선이고 거짓 평화"라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씨 발언을 "국방부 유해 발굴 사업으로 아버지 유해를 찾게 돼 자랑스럽게 모셨다. 아버지를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2017년 전사자 유해 발굴로 부친 유해를 찾은 김씨의 인사말만 브리핑한 것이다. 김씨는 청와대가 자신의 발언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자 직접 언론에 발언 전문을 알렸다. 그는 보도가 나간 후 "전사자 가족의 한(恨)과 건의마저도 들어줄 가슴을 갖지 못하고 편집해서 이용하려 한다"면서 "감추어진 사실이 언론 덕분에 알려지게 돼서 감사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발언 누락 논란이 일자 "대화한 모든 내용을 다 전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발언자가 정말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느냐다.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을 것으로 알면서도 해야만 했던 그 말이 무엇이었느냐다. 청와대가 이를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청와대는 이 핵심 발언을 빼고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공개했다. 본말을 뒤집은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 때도 참석자가 소득 주도 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자 이 부분을 짧게 얼버무려 소개한 뒤 대통령 입장을 지지한 발언들만 상세히 소개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면 거의 매번 미국 측과 발표 내용이 다르다. 심지어는 거짓말도 한다. 이것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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