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남편 살해 전 '니코틴 치사량' 검색…30대女, 약물 투여 후 범행 '완전범죄' 노렸나

입력 2019.06.04 20:20

경찰 조사에서 계획적 범죄 증거 속속 드러나
법원,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前)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모(36)씨가 구속됐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제주지방법원은 고씨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구속 이유를 밝혔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씨가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씨가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뤄진 살인이라고 보고 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전 남편인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고씨가 완전 범죄를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이 치밀한 계획적인 범죄로 보는 것은 먼저 제주에 오기 전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다는 것이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4일 오후 기자 브리핑에서 "고씨가 전 남편과 만나기로 한 제주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범행 도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범행 장소인 펜션도 고씨가 미리 예약을 했다. 이 펜션은 주인과 마주치지 않고 무인시스템으로 방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용자가 없는 독채 펜션이다. 고씨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자신의 범행을 숨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전 남편의 가족의 실종 신고로 펜션을 찾았을 때 현장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고씨가 경찰에 밝힌 펜션에서 퇴실한 날짜가 실제 퇴실한 날짜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달 31일 펜션 내부에 대해 혈흔 채취 검사인 혈흔반응검사(루미놀 검사)를 했다. 이 검사를 통해 고씨와 A씨가 묵었던 펜션의 거실과 욕실, 부엌 등에서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다.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해당 혈흔이 A씨의 것임을 확인했다.

고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지난 5월25일 밤 펜션에서 A씨를 죽이고 시신을 훼손해 여러 장소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고씨의 동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제주~완도 여객선 항로와 육지부의 또 다른 장소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장소는 최소 3곳이다.
고씨가 지난달 28일 밤 제주도를 나가면서 탄 완도행 여객선에서 무언가 담긴 봉지를 여러 차례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여객선 CCTV에 담겼다.
경찰은 고씨가 제주를 떠나기 2시간 전인 28일 오후 6시쯤 대형마트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여러장과 여행용 가방을 구매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인 펜션 내부에는 머리카락도 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범행 벌어진 지난달 25일부터 펜션에서 나간 27일까지 사흘동안 범죄를 숨기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고 펜션 내부를 청소한 것이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피해자의 혈흔을 확보해 약물검사를 벌이고 있다. 범행 전 고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니코틴 치사량’과 ‘살인도구’ 등을 검색한 사실도 포렌식 수사를 통해 확인돼 약물 투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오히려 고씨는 범행 후 이틀이 지난달 27일 이미 숨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씨에 대해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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