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탈북지원단체는 무엇이 다를까. 두 나라에서 북한 주민의 탈북과 정착을 돕는 비영리기구(NGO)를 모두 경험한 김금혁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2012년 탈북해서 한국에서는 탈북민 정착을 돕는 여러 단체와 일을 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탈북민 지원 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북한을 위한 자유)에서 장학프로그램인 펠로우십에 참가했다.


-한국에서 경험한 탈북민 지원단체는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내가 한국에 있는 모든 탈북지원단체에서 일을 해본 건 아니었지만, 내가 경험한 단체들은 '정부 지원금'에 목을 매고 있었습니다. 모든 활동이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지원금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설령 일을 한다고 해도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무슨 일을 어떻게 정확히 하려는 지에 대해서 선명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합니다. 뭔가 한다고 내세우는 가치나 슬로건은 좋은데 어떻게 그 가치를 실현시킬 것인가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선 미숙함이 많아 보였습니다."

-미국 단체들은 뭐가 달랐습니까?
"스케줄 짜는 부분부터 달랐습니다. 만나서 어떤 이야기 나누고 무엇을 결정할지 큰 틀에서부터 주도 면밀하게 기획한 후에 미팅을 시작했고, 거의 계획한대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질서가 잘 잡혀 있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가치 아래 똘똘 뭉쳐 있어서 '일을 정말 잘하는 단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두 나라 탈북지원단체에 왜 그런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까?
"탈북민 인권에 대한 관심의 차이가 큽니다. 미국 사회 전반에는 탈북민 인권에 대한 높은 관심이 꾸준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뭔가 냄비 같은 속성이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라든가 장성택 처형이라든가 어떤 단편적인 이슈들이 발생했을 때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라집니다. 꾸준함이 없습니다."

-국내 탈북지원단체가 미국의 기관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한국에 있을 때 전국의 대학교에 있는 통일동아리들에 지급된 정부 지원금을 감사(監査)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적나라하게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지원금을 받을 때 제출했던 활동 계획서와는 다르게 돈을 쓴 경우가 너무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교육 프로그램 하겠다 인식 개선 프로그램 하겠다 홍보 프로그램 진행하겠다 했는데 실행된 게 없었습니다. 그럼 그 돈을 어떻게 썼느냐고 영수증을 제출하라니까 하는 말이 '돈을 나눠가졌다' '여행가는데 썼다'고 털어놨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공금횡령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진행하는 북한인권활동에 무슨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통일 관련 기관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모든 구성원과 공유하는 거죠. 그래야만 그 목표에 어떻게 도달하겠다는 격렬한 내부토론도 따라올 수 있는 겁니다. 한국의 어떤 기관은 대표가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유명인을 대표로 세워둔다고 일이 진행되는 게 아닙니다. 진짜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그들을 독려하는 것이 훨씬 많은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의 탈북과 정착을 돕는 비영리기구(NGO) 링크에서 장학 프로그램 펠로우십에 참가한 김금혁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