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막막, 답답해서 시작한 달리기… 이젠 사람들이 저를 따라 달려요

조선일보
입력 2019.06.04 03:00 | 수정 2019.06.05 10:44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안정은씨

머리 질끈 동여매고 뛰는 모습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을 뿐인데 어느새 '런스타'(달리기 유명인)가 됐다. 인스타그램 구독자 5만명, 러너 안정은(27·사진)씨는 "처음엔 그저 취업이 막막해서, 내 인생이 답답해서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많은 분이 절 보고 용기를 얻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해요. 전 '러닝 전도사'예요."

안정은씨
/김지호 기자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사람들이 그를 보고 달리기 세계로 뛰어든다. 그가 입은 운동복을 입고, 그가 달린 장소를 따라 달린다. "사진 보고 용기 얻어 발목 수술하고 7년 만에 다시 뛴다" "취업 준비생인데 내일 집 앞 올림픽공원 뛰어야겠다" "늘 도전하고 이뤄내는 모습, 쉽지 않은데 멋있다"는 댓글이 달린다. 안씨는 "사람들이 방황했던 제 모습을 보고 꼭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한다"고 했다.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회사의 개발자가 됐지만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초등생 때부터 꿈꾼 승무원에 도전했다. 1년을 준비해 2016년 중국 항공사에 합격했지만 당시 사드 여파로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방 안에만 틀어박혔다. 재도전할 용기도, 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뛰쳐나와 벚꽃 휘날리는 서울 남산을 무작정 달렸다. "눈물을 감추려 달렸어요. 달리면 눈물이 땀처럼 보이잖아요." 그렇게 매일 5분, 10분 힘껏 달리니 버틸 힘이 생기고 머릿속 잡념이 사라졌다. "인생을 바꾼 '러닝 포인트'"라고 했다. 6개월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도 도전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데, 풀코스를 완주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이었죠." 다리를 끌다시피 들어왔지만 성취감이 차올라 주저앉아 울었다.

달리게 된 사연을 엮어 책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도 썼다. 취업과 퇴사를 고민하는 세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안씨는 "최근 제 책을 읽고 동기부여가 된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달리기 초보라며 조언해 달라는 질문이 많다. 처음부터 10㎞ 이상 뛰어야 하느냐고 묻는데, 마라톤 시작은 걷기"라고 했다. 운동화 한 켤레만 준비해 바람 쐬는 기분으로 하루 20분씩 걷기 시작하라는 것.

현재까지 완주 메달만 130여 개인 안씨는 다음달 250㎞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을 준비 중이다. "매일 1㎞씩 기록을 늘려가는 내 모습을 보며 타인이 아닌 어제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게 됐죠. 저와 함께 '성공의 습관'을 들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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