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과 무채색의 사각형만으로 이루어진 이 집은 마치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입체로 옮긴 것 같다. 실제로 건축가는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아 함께 데스틸 그룹에 참여했던 헤릿 릿펠트(Gerrit Rietveld·1888 ~1964)다. 하지만 이 집은 건축주인 트루스 슈뢰더-슈레더(Truus Schröder-Schräder·1889~1985)와 릿펠트 사이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릿펠트 슈뢰더 하우스, 1924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소재.

슈뢰더는 변호사와 결혼해 세 자녀와 함께 넓은 집을 거느리고 살던 평범한 '사모님'이었지만, 집에 대한 취향만큼은 남달랐다. 그녀는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기능을 살린 합리적 디자인을 선호했던 모더니스트이자, 소유와 가식을 싫어했던 미니멀리스트였던 것. 삼십 대에 남편을 여의고 세 아이와 남게 된 그녀는 큰 집을 처분하고, 릿펠트에게 '작고 저렴하며 실내에 벽이 없는 집'을 의뢰했다. 당시 건축법상, 모든 건물에는 내력벽이 있어야 했지만, 릿펠트는 단층집 위에 이런 규제가 없는 '다락방'을 얹는다고 허가를 받았다. 바로 그 2층 '다락방'에 고정된 벽 대신 미닫이문과 접는 벽을 달아 넓은 공간 하나를 필요에 따라 크고 작은 방으로 나눌 수 있게 했다. 슈뢰더와 자녀들은 자유롭고도 독립적인 이 공간에서 모두 함께 생활했고, 그녀는 극도로 단순한 이 집을 '검소한 럭셔리'라고 불렀다.

우리는 대체로 집에 맞춰 살지, 우리에게 맞춰 집을 지을 형편이 못 된다. 하지만 슈뢰더는 거주하는 공간에 따라 가족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슈뢰더는 일찌감치 재단을 세워 집과 가구 전체를 기부한 뒤, 9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집을 아끼고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