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여개 금융회사들이 수집한 4000만명의 신용 정보를 단계적으로 일반 기업에 공개하는 등의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발표했다. 금융 관련 데이터를 사고파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도 내년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미국·중국·유럽 등이 이미 다 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쫓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대부분 지운 형태의 빅데이터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출발도 한참 늦지만 활용 수준도 경쟁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래 산업의 원유(原油)로 불리는 빅데이터 산업은 전 세계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미국에선 민간·공공 부문의 온갖 데이터를 모아서 파는 데이터 중개상이 2500개 이상 활약 중이고, 중국도 알리바바·텐센트 등 2000여 개 기업이 빅데이터 거래소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인 데이터를 누구 것인지 모르게 비식별화한 뒤 부가가치 높은 금융 상품이나 오픈 뱅킹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반면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 경쟁력은 세계 63개국 중 31위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 수준을 넘은 '개인 정보 보호' 규제 때문이다. 개인 정보 규제를 완화하는 '빅데이터 3법' 개정안이 작년 11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의원의 반대로 표류 중이다. 국회가 다시 열려도 시민단체에 끌려다니는 여당이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킬지 의문이다. 일부 의원은 법 개정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엔 여야가 합의했던 첨단 바이오법이 의원 단 한 명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일도 있다. 그러니 빅데이터 활성화도 빈말에 그칠 것이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