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제주 펜션 살해’ 여성 혼자?…동기·시신·공범 의문점 셋

입력 2019.06.03 17:45 | 수정 2019.06.03 18:10

제주 펜션 전 남편 살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전처와 이혼 후 2년만 아들 만나러갔다 참변
"바다에 버렸다" 진술…흉기도 발견돼
석달 전 ‘피의자 의붓아들 질식사’도 연관성 수사

제주 한 펜션에서 전(前)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모(36)씨가 범행을 시인한 가운데, 범행 동기 등 여전히 사건과 관련한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첩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1차 경찰 조사에서 "혼자 강씨를 죽이고 펜션을 빠져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에서 긴급체포된 고모(36)씨가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에서 긴급체포된 고모(36)씨가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다만 고씨는 살인을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진술은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동기가 무엇이며, 전 남편 시신을 어디에 유기했는지, 단독 범행인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①6살 아들 ‘양육 분쟁’이 범행 동기됐나

경찰에 따르면 범행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은 피해자 강씨가 2017년 고씨와 이혼한 지 2년 만에 아들(6)을 만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강씨는 제주 서귀포시 한 테마파크에서 강씨와 아들을 함께 만났다. 세 사람은 오후에 조천읍 한 무인 펜션으로 향했는데, 강씨는 이 펜션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틀 뒤 고씨는 혼자 가방 2개를 자신의 그랜저 차량에 싣고 펜션을 빠져나갔다. 이 장면은 펜션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두 사람은 아들 양육권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혼 이후 양육권은 고씨가 가졌는데, 고씨는 아이를 제주에 거주하는 자신의 부모에게 맡기고 자신은 충북 청주에서 현 남편과 재혼해 따로 살았다. 강씨는 "아들을 보게 해달라"고 고씨에게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자 법원에 가사소송(면접교섭권)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고씨는 가사소송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았고, 재판 중 욕설을 뱉으며 분노를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펜션 인근 주택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피의자 차량.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펜션 인근 주택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피의자 차량.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②강씨 시신은 바다에?…흉기도 발견돼

고씨가 시신을 어디에 유기했는지도 의문이다. 고씨는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 내내 입을 다물다가, 최근 경찰조사에서 돌연 "제주와 완도 사이 바다에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제주 해양경찰서는 이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함정 6척을 동원해 항로를 중심으로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문제는 고씨 진술의 신빙성이다. 바다에 버렸다는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면, 경찰은 육지로 수색 범위를 넓혀야 한다.

고씨는 펜션을 빠져나간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완도항으로 향했다. 이후 여러 지역을 떠돌다 3일 뒤인 지난달 31일에야 청주로 돌아왔다. 고씨가 방문한 지역 중에는 서울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완도에서 청주로 갈 땐 굳이 서울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고씨가 시신 유기 목적으로 여러 도시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고씨가 전 남편 강씨의 시체를 훼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혈흔 채취 검사인 혈흔반응검사(루미놀 검사)를 통해 고씨와 강씨가 묵었던 펜션의 거실과 욕실, 부엌 등에서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다. 이를 국과수 제주출장소에 보내 해당 혈흔이 강씨의 것임을 확인했다.

3일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함정이 지난달 25일 살해돼 제주-완도행 여객선 항로 해상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3일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함정이 지난달 25일 살해돼 제주-완도행 여객선 항로 해상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또 경찰은 고씨의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 수색을 한 결과 휴지통에서 고씨가 범행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 몇 점도 발견했다. 고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고씨가 범행 후 생긴 손의 자상(刺傷)을 병원에서 치료한 사실도 확인했다.

③3개월 전 의붓아들 사망 사건, 관계 있나…공범 여부도 수사중
고씨 의붓아들(4)이 3달여 전 사망한 것도 미심쩍다. 지난 3월 2일 청주 상당구에 있는 고씨의 아파트에서 현 남편이 전처 사이에서 낳아 고씨와 함께 생활하던 4살 배기 의붓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고씨의 현 남편은 "자고 일어나니 함께 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공범 여부도 사실관계가 가려져야 한다. 경찰은 호리호리한 몸집을 가진 고씨가 남성인 강씨를 상대로 홀로 범행을 계획, 실시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사건 발생 7일 전인 지난달 18일 고씨가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배편을 통해 제주에 입도(入島)했다는 점을 확인, 당시 함께 들어온 인물이 없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2일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로 고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4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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