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9.4% 감소했다. 4월(-2.0%)보다 감소폭이 훨씬 커졌다.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31%나 줄고, 대중(對中) 수출액도 20% 줄었다. 5월 무역수지는 2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1년 전보다 64% 급감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6개월 전부터지만 조짐이 심상치 않다. 상품·서비스·소득수지를 종합한 경상수지는 8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 4월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 스스로 밝혔다. "외국인 배당금 지급으로 4월 경상수지가 소폭 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배당금은 매년 4월이면 해외로 나가는 달러 자금이다.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가 난다면 주요인은 수출 감소 때문인데 그걸 인정하기 싫어 다른 핑계를 댄 것이다. 5월 무역수지 흑자액이 4월(40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적자가 5월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최근 4달러 선(8기가비트 D램 가격 기준)까지 무너졌다. 시장에선 반도체 가격 회복을 내년 2분기 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정부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2.8%)이 경제성장률(2.7%)을 앞질렀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작년 성장률의 절반 정도는 수출이 기여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한국은행 기준) 중 내수와 수출의 기여도는 각각 1.5%포인트, 1.0%포인트이다. 수출이 계속 뒷걸음치면 성장률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뒷받침해온 두 가지 기둥은 재정건전성과 경상수지 흑자이다. 재정건전성은 세금 퍼주기 탓에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데 경상수지마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외환시장에선 이미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 들어 7%나 떨어져, 1달러당 1200원 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미·중 무역 갈등은 연일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이달부터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에 아랑곳 않고, 보복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뒀던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어치에 대해 추가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 전쟁', '기술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구도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안한 국민들은 금, 달러를 사모으고, 기업들은 해외 투자에 골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고, 경제부총리는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란 말만 되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