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주입 필요 없어… 北이 기습발사 가능해 사전 탐지 힘들어

입력 2019.06.01 03:13

北 비핵화 협상 중에도 비밀공사
최근 발사한 이스칸데르 미사일도 요격 까다로운 고체연료 미사일

북한 함흥 미사일 공장 단지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증축을 거듭해왔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던 작년 7월에도 증축 동향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함흥에서 미사일 제조 시설 외부 공사가 있었으며 "김정은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설 규모가 그렇게 확대 해석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반론도 있었다.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 북한은 지하 시설까지 사실상 완공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함흥 단지에서 만드는 미사일이 고체 연료 기반이라는 점이다. 고체 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일정 시간이 걸리는 액체 연료 미사일과 달리 즉각적인 기습 발사가 가능해 위협적이다. 사전 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함흥 미사일 공장 단지 외곽 북서부의 지하 시설 입구 모습. 지난 2017년(왼쪽 사진)에는 시설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 공사 자재나 흙이 쌓여 있었고 지하 시설로 들어서는 길에서도 흙더미의 모습이 보이는 등 공사 중인 정황이 포착됐지만, 올해 2월(오른쪽 사진)에는 지하 시설 인근이 깔끔히 정리됐고 일부는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됐다.
함흥 미사일 공장 단지 외곽 북서부의 지하 시설 입구 모습. 지난 2017년(왼쪽 사진)에는 시설 입구로 추정되는 곳에 공사 자재나 흙이 쌓여 있었고 지하 시설로 들어서는 길에서도 흙더미의 모습이 보이는 등 공사 중인 정황이 포착됐지만, 올해 2월(오른쪽 사진)에는 지하 시설 인근이 깔끔히 정리됐고 일부는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됐다. /구글어스
기존 스커드(사거리 300~1000㎞), 노동(1300㎞),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4500~5000㎞), 화성-14·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1만~1만3000㎞)은 모두 액체 연료 기반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액체 엔진 미사일보다 취급이 쉽고 군사적 운용도 효과적인 고체 엔진 미사일이 북한으로선 더 매력적"이라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고체 엔진 미사일 대량생산용 대규모 지하 시설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고체 연료 미사일 개발이 처음 주목받은 것은 2016년 3월이다. 당시 북한은 "고체 연료 미사일 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뒤이어 당초 액체 연료를 사용했던 북극성-1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고체 연료로 바꿔 수중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2017년2월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북극성-1형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북극성-2형의 최대 사거리는 1500~2000㎞로 북한 최초의 고체 연료 중거리 미사일이다.

이달 초에는 북극성-2형보다는 사거리가 짧지만,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독특한 회피 기동으로 요격이 까다로운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스커드·노동미사일의 경우 발사 전 액체 연료를 주입하는 데 30~40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킬 체인(Kill Chain·전략 표적 타격)'은 이를 감안해 탐지 후 30분 내 타격·무력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5~10분 내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해 기존 킬 체인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우리 군이 도입 중인 F-35A 스텔스 전투기나 F-15K 전폭기 등에 JDAM(합동직격탄) 등 정밀유도폭탄, 타우러스 등 공대지 미사일로 타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전투기들이 목표 지역 인근에 떠 있을 경우 즉각적인 타격이 가능하다.

한 예비역 대장은 "기존 킬 체인은 액체 연료 미사일을 상정해 계획을 짜놓은 것이기 때문에 북한 고체 연료 미사일들의 등장은 킬 체인의 전면적인 수정·보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고체 연료 ICBM의 등장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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